“20년 간 수백억 소모한 지뢰지대 … 이제는 ‘IMAS’ 도입해야”
나주시 금성산위원회·녹색연합·(사)평화나눔회, 20일 공동기자회견 개최
국방부 지뢰제거 성과 지지부진 … 국제지뢰행동표준(IMAS) 도입 주장
민간 전문가 참여 위한 법 정비, 지뢰전담기구 설립 제안
2022-04-20 김용균 기자
[매일일보 김용균 기자] 한반도 남쪽 후방지역에 매설된 대인지뢰 완전 제거를 주창해왔던 민간단체가 수십 년간 지체돼온 국방부의 더딘 지뢰제거 작전 문제점을 거론하고 나섰다.
전라남도 나주시 민관공동위원회 산하 금성산위원회, 녹색연합, (사)평화나눔회(이하 3개 단체)는 20일 나주시청소년수련관 2층 다목적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금성산 매설 지뢰 완전제거에 따른 지뢰지대 해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현재 국가안보에 국한된 국방부의 지뢰제거 관점과 방법의 한계성에 대해 지적하는 한편 속도감 있는 지뢰제거를 위한 ‘국제지뢰 행동표준’(IMAS) 도입과 ‘범부처 차원의 지뢰제거 전담기구’ 설치 등을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나주시 금성산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채정기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상임의장, 서재철 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과 조재국 (사)평화나눔회 상임이사, 녹색연합 소속 배제선 자연생태팀장, 이지수 활동가, 박규견 나주시 민관공동위원회 정책위원장, 이만실 나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고문 등이 참석했다.
박규견 정책위원장의 사회로 1시간여 진행된 기자회견은 ‘전국 대인지뢰 매설현황’ 및 ‘나주 금성산 지뢰제거 현황과 활용방안’, ‘지뢰제거 해외 모범사례 및 국제기준(IMAS) 도입을 통한 지뢰 문제 해결에 중요성’ 등에 대한 녹색연합, (사)평화나눔회의 주제별 브리핑과 기자회견문 낭독, 질의응답, 대인지뢰제거 현장 설명회 순으로 진행됐다.
3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2001년 후방지역 지뢰지대의 전략적 필요가 사라졌음을 선언했던 국방부가 지난 20년간 지뢰제거를 위해 수백억 원을 쏟아 붓고도 그동안 해제된 지뢰지대는 하나도 없다”며 “여전히 후방지역 37곳의 지뢰지대가 남아있는 것은 결국 현재의 방법이 옳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수 녹색연합 활동가는 브리핑을 통해 “2006년에 제거 완료되었어야 할 후방지역의 지뢰지대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군의 무능함 때문”이라며 “나주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정부가 군에게만 지뢰 문제를 떠맡긴 채 방치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3개 단체는 “지뢰는 매설한 장소에 계속 있는 것이 아니라 비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유실되기 때문에 어디서 발견될지 알 수 없다”며 “민간인에 의한 발견, 농작물 수확 피해, 산불 진화의 어려움 등 지뢰로 인한 사회·경제적, 환경적 피해가 크다”고 유실 지뢰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지뢰지대의 허술한 관리 체계와 국가안보적 관점에 치중된 지뢰제거의 한계성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3개 단체는 “현장 지뢰 안내판은 떨어져 나뒹굴고 윤형 철조망은 곳곳이 끊어져 있으며 표지판도 식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면서도 “지뢰 표지판 옆에서 운동하며 지뢰지대 경계 철조망을 따라 등산을 하는 현실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국민 안전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현재 국방부의 지뢰제거 속도라면 400여년이 소요될 전망이지만 400여년이 지난다 해서 지뢰지대가 해제되리란 보장도 없다”며 “국방부에서 공식적으로 지뢰제거를 완료했다고 발표한 지뢰지대조차도 해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3개 단체는 속도감 있는 지뢰제거와 안전한 지뢰지대 해제를 위해서는 국방부가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을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민간전문가가 지뢰제거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적 정비와 국민 안전 문제를 최우선 한 행정안전부 총괄의 지뢰전담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특히 녹색연합은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의 IMAS를 요약한 보고서를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IMAS’(International Mine Action Standards)는 범부처 및 국제 협력, 민관 협력을 통해 지뢰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지뢰제거를 포함해 환경경영, 기술·비기술 조사, 지뢰제거 사후문서화, 토지해제, 피해자 보상, 지뢰행동조직 모니터링, 산업·안전·보건, 위험교육, 훈련관리 등 다양한 활동을 다룬다.
앞서 캄보디아, 태국, 대만 등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IMAS를 도입해 성공적인 지뢰제거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조재국 (사)평화나눔회 상임이사는 브리핑을 통해 “이미 해외의 수많은 국가가 도입하고 있는 IMAS를 즉시 국내에 도입하고 국무총리 직속 또는 행정안전부 산하의 지뢰전담기구설립을 통한 범부처차원의 대응과 국제협력, 민관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채정기 금성산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지뢰제거 관련 법 제정과 전담기구 설치 등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나주시민관공동위원회 금성산위원회는 민관협력을 통해 후방지역 지뢰문제 해결을 차기 대선 국정과제로 채택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