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10조원 감소 ‘재정절벽’ 우려
“세수 5조원 이상 감소 시 2차 추경 외에는 답 없다”
[매일일보 강준호 기자] 국세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 법인세의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추락하면서 올 상반기에만 10조원 가까이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국세 수입은 지난해 대비 20조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보여 ‘재정절벽(fiscal cliff)’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세수 부족이 연간 4조~5조원 정도에 머문다면 그 해에 다 집행하지 못한 세출불용액(歲出不用額)이나 각종 잉여금으로 어느 정도 충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수 감소액이 5조원을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최근 5년간 연간 불용액을 보면 2008년 5조6000억원, 2009년 5조2000억원, 2010년 5조5000억원, 2011년 5조8024억원, 2012년 5조7221억원 등으로, 불용액으로 메울 수 있는 구멍은 5조원 안팎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기재부가 매달 재정관리점검회의를 통해 “경기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남기지 말고 다 쓰라”며 부처들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불용액은 더욱 줄어들 여지가 많다.
전문가들은 세수 부족이 정부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고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권고했다.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세수추계과장은 “상반기에 섣불리 세입추경을 하지 말고, 8~9월에 부가세 윤곽이 나왔을 때 했어야 했다”며 “(세입결손) 5조원까지는 어떻게 해볼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이라면 2차 추경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2차 추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상반기 세수 감소 규모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반기에 경기가 반등하면 부가세 수입 등이 전체 세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여기에 적자 국채를 더 발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당초 예산안에서 올해 일반회계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8조6000억원으로 잡았다가 추경예산안에서는 이를 24조7000억원으로 확대한 바 있다. 적자국채 발행이 늘면 국채시장에 적신호가 켜지고 나랏빚 증가에 따라 국가신용이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세입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정부 보유 주식·부동산 매각, 증세 등이다.
정부 세수 늘기기 집중....국세청 세수 확보 총력
이에 정부는 우리금융지주 계열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 절차에 들어가면서 10조원 규모의 우리금융 민영화에 시동을 거는 등 우리금융과 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등 정부지분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세청도 세수 확보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국세청은 우선 법인과 개인 사업자 등의 성실납세를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각 지방국세청과 일선 세무서를 통해 기업들의 올해 8월 법인세 예납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동시에 매년 5~6조원 가량 발생하는 체납액과 연간 8조원 가량 되는 결손처분액 중 일부만 징수해도 수조원을 충당할 수 있어 체납세금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와 함께 ‘지하경제양성화 추진단’의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밝혀 온 대로 역외탈세, 민생침해, 고소득 자영업자 등 지속적 탈세·탈루 사범이 주 타깃이다.
한편, 세수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증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학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출을 줄이거나 차입 또는 증세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정부가 세율을 올리는 쪽으로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