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노조 붐]현대차‧현대重, 강성 노조에 사무직 노조까지…‘첩첩산중’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직원들, 이달 중 노조 출범 앞둬
현대중공업그룹도 사무직 중심으로 공동행동 모임 형성
2022-04-22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또 다시 노조 리스크에 직면했다. 이번엔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 노조 문제다. 양사 모두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중심의 직원들이 사무직 노조 설립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들은 임금인상과 정년보장 등을 위해 강력한 투쟁을 벌이던 생산직 노조와 달리 공정한 성과 측정과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직원들이 주축이 된 ‘HMG사무연구노조’(가칭)는 이달 중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현재 사무직 노조 설립을 위해 개설된 네이버 밴드에는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트론,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 계열사 직원까지 4000여명이 가입해 있다. 최근 노무사와 노무법인을 통해 노조 설립을 위한 법리 검토를 진행했으며, 각 사별로 집행부원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재직 기간이 8년 미만인 젊은 직원들이다. 임시집행부가 사무직 노조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 1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0대가 76%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20대가 12%, 40대가 10%, 50대가 2%인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사무직 노조 설립이 추진된 이유는 그동안 생산직이 주축이 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젊은 직원들의 요구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불만이 쌓인 탓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노사는 전년보다 후퇴한 수준의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에 합의했다. 이에 사무직 직원들은 생산직 직원들이 임단협이 길어지면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퇴직하게 될 것을 우려해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으며 성과급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반발해 왔다.
현대중공업도 사무직 노조 설립 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 사무직 직원들이 ‘현대중공업그룹 사무직 공동행동’이라는 모임을 꾸리고, 첫 번째 선전물을 발행한 것이다. 이 모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약 700여명이 채팅방에 참여 중이다. 이들은 첫 선전물에서 ‘임금 없이, 노동 없다(No Pay, No work)’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상태다.
사무직 공동행동은 △업무시작 시간인 오전 8시 이전 출근 강요 금지 △퇴근시간인 오후 5시 PC 자동 종료 △계획 연·월차 등록시 수량제한 폐지 △강제 시차출근제 및 시간악용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선전물에서 “경영진은 젊은 사무직 노동자들을 이기적이고 사회성 부족이라고 말하며 틈만 나면 부려 먹으려고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동행동은 이번 선전물을 시작으로 사무직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위해 활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강성으로 유명한 생산직 노조에 MZ세대인 사무직 노조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여 난감할 것”이라면서 “사무직 노조 설립으로 사측의 보상 체계 등이 강화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