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SH, 매입 임대주택 지역 편중·부실 운영”

계속된 공가 발생에도 대책 수립·시행 없어 노후·불량 임대주택도 단순 하자 보수·보강만

2021-04-22     최은서 기자
감사원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매입 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별 수요나 기존 매입실적에 대한 고려 없이 특정지역에 편중되게 매입해 주거복지혜택의 불균형과 공가 발생을 초래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22일 나왔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SH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SH는 서울시의 연간 5000가구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 자치구별 임대주택 수요와 공가 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매도신청이 많고 매입가격이 낮은 지역의 임대주택 매입에 주력했다. 이에 SH가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일반 매입임대주택으로 매입한 5866가구 중 2465가구(42.0%)가 금천·강동·구로구 등 3개 자치구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감사 기간(2020년 6월 22일∼7월 17일) 중 SH가 공급한 일반 매입임대주택의 지역별 입주실태를 확인한 결과, 금천구에서는 입주 자격을 갖춘 신청자(712명) 전원이 예비입주자로 선정됐다. 구로구는 1.1대 1, 강동구는 1.5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중랑·동작·관악·도봉·강북에서는 입주경쟁률이 낮게는 15.2대 1, 높게는 24대 1에 달하는 등 지역별로 매입임대주택 입주 경쟁률에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시 자치구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구 수 대비 일반 매입임대주택 공급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부터 집중 매입한 금천·구로·강동구에서는 일반 매입임대주택 공급률이 17.4%에서 28.1%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노원·강서·중랑구에서는 일반 매입임대주택 공급률이 5.7%에서 11.9%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역별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매입임대주택 주거복지정책에서 특정지역의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복지 혜택의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SH는 선순위 예비입주자의 계약 포기 등으로 공급 가능 물량이 남아있는 경우에도 예비입주자 모집공고 당시 뽑힌 이들에게만 한정해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이에 따라 도봉구 등 12개 자치구에서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공가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128명이 입주 자격을 받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SH의 전체 매입 임대주택 1만9495가구 중 4697가구(24%)가 공가이고, 그 중 비어있는 매입 임대주택의 71.6%에 해당하는 3365가구는 6개월 이상 장기 공가인 상태다. 특히 2017∼2019년 사이 매입한 임대주택 5972가구 중 1166가구는 단 한 번도 입주가 이뤄지지 않았다. 편의시설 미설치, 교통·위치 문제, 보증금·임대료 부담, 비선호 주택형태(셰어형) 등의 이유에서다. 감사원은 “상황이 이런데도 SH는 채 1년 이상 공실로 남아 있는 주택을 대상으로 단순히 거주지 제한을 완화해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을 뿐, 공가 발생 원인을 분석하거나 공가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SH는 노후도 평가에서 안전 등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노후·불량 임대주택에 대해 주거 이전 등의 검토 없이 단순 하자 보수·보강만 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또 노후·불량주택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SH 사장에게 매입 임대주택이 특정 자치구에 편중되지 않도록 수요와 기존 매입실적, 자치구별 공가 현황, 입주자의 거주요건 및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매입·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아울러 공가 해소 대책과 노후·불량주택 입주민의 주거 이전 등을 포함한 노후·불량 매입임대주택의 처리계획등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