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보험 약관, 보험사 ‘입맛대로’

개인 할인 받아도 보험료엔 적용 안 돼

2014-07-15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의료실비보험 약관이 별도의 의료비 할인을 받는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구성돼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보험사들이 가입자가 개인적으로 할인받은 의료비에 대한 이득은 챙기면서, 해당 가입자들에 대해 보험료를 할인해주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2011년 H손해보험의 어린이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한 직장인 A씨는 지난 6월 고열로 입원 치료를 받은 장남의 치료비 관련 보험금 산정 과정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A씨가 다니는 직장이 해당 병원과 제휴를 맺은 관계로 의료비의 30%를 할인받았는데, 보험사가 최종 할인액을 기준으로 지급 보험료를 산정했기 때문이다.이에 A씨는 보험사 측에 “병원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제공한 할인 혜택의 이득을 보험회사가 가져가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그러자 보험사 보상팀은 실손보험의 특성상 실제 부과된 보험금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될 수밖에 없다며 A씨의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이처럼 현행 실손의료보험 공통 약관에 따라 보험사들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또는 의료급여법에서 정한 의료급여 중 ‘본인의 실제 부담금’을 기준으로 지급 보험금을 정하고 있다.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보험에는 ‘이득금지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직접 납부한 영수증상의 금액만큼만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득금지의 원칙이란 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보험사고 시 실제의 손해액 이상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그러나 A씨처럼 개인적인 할인을 받은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가 이중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금은 똑같이 받고, 추가로 할인율에 따른 이득도 챙긴다는 것이다.A씨는 “최종 금액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책정한다면, 애초에 각종 할인 혜택을 받아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람의 경우는 보험료를 적게 내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억울함을 표했다.또 다른 문제는 이런 이득금지의 원칙이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실손의료보험 공통 약관에 따라 보험대상자가 병원의 직원복리후생제도에 따라 납부할 의료비를 감면받은 경우에는 그 감면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입원의료비를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의료업계 종사자의 경우 직원 복지 할인 폭이 커서 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특수성 때문에 보험사들이 영업 전략적 차원에서 다소 차별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에 금융감독원 유사보험팀 관계자는 “의료기관 직원에게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한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과거 약관의 일부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불공평한 부분이 남은 것 같다”고 답했다.이어 “직장에서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보험료 책정 기준을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해당 사항은 차후 약관 개정 시 검토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