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서울 집값, 재건축 아파트값 2∼3억원씩 '들썩’
강남·목동·여의도·상계동 등 재건축 매물 줄고 속속 신고가 吳 시장도 우려…재건發 집값 상승 서울 전역 확산세 '주목'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규제 완화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내세워 서울시장직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취임 후 첫 부동산 규제 조치를 내놓았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된 내용이다. 실제로 이들 지역은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으로 2억~3억원씩 시세가 급등하면서 시장 불안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지역 총 54개 단지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2022년 4월26일까지이며 22일 공고 후 27일부터 발효한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는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 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특히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며 매매나 임대가 금지된다.
이번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대상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24개 단지, 여의도 아파트 지구와 인근 15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 사업 지구 14개 단지, 성수 전략 정비구역 등 총 4.57㎢다.
이처럼 서울시가 규제에 나선 이유는 강남 등 재건축 단지 위로 집값이 급등했고, 8주 연속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꿈틀거리는 등 서울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일제히 상승 폭을 키우면서 주변 지역 집값을 자극하는 부작용 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3주차(19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맷값은 0.08% 올라 전주(0.07%)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2월 첫째 주(0.10%) 이후 꾸준히 상승 폭이 둔화하며 이달 첫째 주 0.05%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지난주 10주 만에 다시 상승 폭을 키운 데 이어 이번 주엔 오름폭을 더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이끈 것은 주로 재건축 단지들이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노원구는 전주에 이어 이번 주 0.17% 올라 서울에서 가장 아파트값이 크게 뛰었다. 노원구는 상계동 주공아파트와 월계동 미성·미륭·삼호3차 등 재건축 아파트 단지 위주로 상승세다
최근 예비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상계주공16단지 59.39㎡의 경우 이달 9일 6억2000만원(15층)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6억원)보다 2000만원 올랐고 현재 호가는 6억5000만원까지 형성돼 있으나 시장 선거 이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습이다.
노원구 다음으로는 강남구(0.10%→0.14%), 서초구(0.10%→0.13%), 송파구(0.12%→0.13%) 등 강남 3구가 뒤를 이었다. 강남은 압구정 재건축과 개포동 위주로, 서초는 잠원·방배동 재건축 위주로, 송파는 잠실·방이동 재건축과 역세권 위주로 각각 집값이 올랐다. 실제로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경신이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3일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강남구 압구정2구역의 신현대11차 전용면적 171.43㎡가 인가 하루 전인 12일 52억7000만원(8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직전 거래이자 기존 신고가인 지난해 9월 44억5000만원(11층)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8억2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압구정3구역에서도 현대아파트4차(전용면적 117.9㎡)가 지난 13일 4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000만원보다 1억4500만원이 상승했다. 아울러 현대아파트1차(전용면적 196.21㎡)는 지난달 15일 63억원(10층)에 거래됐다. 한 달 전 실거래가격 51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올랐다.
송파구는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 올림픽선수기자촌 등 재건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였고,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등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는 등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5㎡의 경우 지난해 9월 23억원(9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지난해 말에 18억8300만원(11층)까지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 1월 22억6300만원(8층), 22억8300만원(15층)에 이어 지난달 24억3300만원(5층)에 최고가 거래가 이뤄지며 직전 신고가 대비 1억3300만원 올랐다.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도 신고가 경신이 계속되고 있다. 2단지 전용 163.44㎡는 지난해 7월 27억원(13층)에 최고가 거래 이후 거래가 없다가 지난달 30억5000만원(7층)에 매매 계약서를 써 8개월 만에 3억5000만원 오른 신고가에 거래됐다. 3단지 83.06㎡는 지난해 말 신고가인 19억원에 팔린 뒤 올해 2·3월 각각 20억원(6층·23층)에 거래되며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이외에도 동작구(0.08%→0.10%)는 노량진·사당동 대단지 위주로, 마포구(0.05%→0.08%)는 성산동 재건축, 영등포구(0.07%→0.07%)는 여의도동 재건축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있는 성동구(0.04%→0.05%)도 전주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3을 기록했다. 지난주 96.1을 기록하며 4개월 만에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졌다가 한 주 만에 다시 기준선 위로 올라왔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로 지정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본다”며 “재개발이 이뤄지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장기적으로 공급이 이뤄지기 전까진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구별로 시범지역을 정해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도 “이전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던 전례가 있는 강남 대치, 개포, 삼성, 잠실동 일대의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했었다는 점에서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규제지역 인근에서 개발의 수혜를 나눌 수 있는 연접지 비규제지역들의 일시적 풍선효과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