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에 ‘화들짝’…대혼란에 빠진 부동산 정책
여당서 종부세 기준 상향·대출 규제 완화 논의 이어져
김부겸, ‘종부세 완화’ 신중론…진성준·소병훈도 제동
여당 일부 권리당원·시민단체 반발도 지속되고 있어
2022-04-25 최은서 기자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여권이 부동산 정책 보완에 나섰지만 방향키를 잃고 갈팡질팡 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 규제 완화 논의를 이어갔지만 정책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비판 등에 내부 의견이 엇갈리며 스텝이 꼬이는 양상이다. 여당 내에서도 입장차로 혼선이 이어져 한동안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지속될 전망이다.
26일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가 27일 출범하는 가운데 부동산 정책 보완 방향을 두고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당초 여당에선 4·7 재·보선 참패 뒤 민심 수습을 위해 그간 금기시됐던 했던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비롯해 재산세 인하,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조절,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주장이 힘을 얻는 모습이었다.
여당 일각에서는 과세 기준을 금액에서 비율로 변경해 종부세 과세 대상을 집값 상위 1~2%로 좁히자는 주장도 나왔다. 당초 종부세는 초고가 주택 소유자에게 매기는 징벌적 세금으로 설계됐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종부세 부과 주택은 상위 약 3.8% 가량이다.
또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선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중심으로 종부세 부과 기준선 상향 논의가 이어졌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향하고 재산세율은 인하나는 종부세법·재산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무주택 세대주를 위한 10%포인트(p)의 우대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를 확대 적용하고, 차주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완화하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부동산 세제 완화 방안을 놓고 당내에서 입장차가 드러나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또 지지층의 반발도 이어졌다.
진성준 의원은 ‘부동산 양극화 극복에 역행하는 부자감세는 안된다’, ‘극소수의 여유 있는 분들에게만 부과되는 종부세 부담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진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연일 발언하며 부동산 정책 보완 움직임에 각을 세웠다. 특히 소병훈 의원은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어렵게 자리를 잡아간다. 더 이상 부동산과 관련해서 쓸데없는 이야기는 입을 닥치시길 바란다”고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종부세 완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부동산 세제 개편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김 후보자는 지난 23일 “정부가 유지해온 원칙이 있고, 세제를 지금처럼 설정한 것에도 이유가 있는데 그 원칙을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하며 부동산 세제 완화에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여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선 일부 권리당원들의 ‘종부세를 건들면 지지 철회할 것’,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12개 시민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려는 역주행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원칙 부재가 불러온 패배 이후 원칙 없는 수습으로 치닫는 형국”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종부세 부과기준 등은 손질 필요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정부정책 일관성과 직결되는 문제라 부동산 세제 완화 논의는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집값이 크게 올랐고 공시가격 현실화도 추진되고 있어 10년 넘게 제자리걸음 중인 종부세 부과기준 상향 등은 맞는 방향”이라며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 문제와 여당 지지층의 반발 등으로 부동산 세제 규제 완화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