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성장'에 반색한 정부와 한은…"낙관론 시기상조" 우려도
한은 "3% 중후반 성장 충분"...정부 "선진국 중 회복 가장 빨라"
"경제지표 여전히 불안"..."코로나 통제 시기도 변수" 경계론도
2021-04-27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 1분기 한국 경제가 1.6% 성장하면서 코로나19 발생 이전 경제 규모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규모 10위권 내 선진국 가운데서 회복속도가 가장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반색했다. 당초 예상보다 빠른 경제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 중후반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 속보치가 전분기 대비 1.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지난해 1분기 -1.3%, 2분기 -3.2% 등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한 뒤 3분기에 2.1%, 4분기 1.2% 성장하며 반등했다. 세 분기 연속 플러스 흐름이다. 1분기 실질 GDP 규모도 코로나19 위기 직전을 뛰어넘었다.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의 잇따른 상향 조정은 최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무게감이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국내 경제 움직임을 볼 때 3%대 중반은 충분히 가능한 숫자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기존에 올 성장률을 3%로 전망했다. 내달 경제전망 발표 때 3.5% 안팎으로 성장률을 상향할 것이란 의미다. 여기에 정부가 추가 백신 도입을 발표한 것도 성장률 상향에 힘을 싣고 있다.
대외적으론 미국이 대규모 경제부양을 하고 있고 국내 경제도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당초 전망보다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게 근거이기도 하다.
정부가 바라보는 성장률 전망은 더욱 '장밋빛'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1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예상치를 웃돌자 "1분기 1.6% 성장은 국제기구·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치를 훨씬 뛰어넘은 실적"이라고 자평했다.
국제기구·글로벌 투자은행들의 1분기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0%대 후반에서 1%였다. 이러한 전망이라면 실질 GDP 규모 회복은 2분기에나 가능할 전망이었는데, 한 분기를 앞당겨 1분기에 위기 이전 수준을 돌파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기재부는 "경제 규모 10위 이내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다"고도 했다.
기재부는 "4월 국내 경기회복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올해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인 3.2%를 넘는 성장경로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성장'을 자신하는 이같은 낙관론이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실적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의 집중 집행으로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어도 효과가 사라지는 하반기에 성장률이 다시 완만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집단 면역이 언제 달성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정부가 백신의 추가 도입 계약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실제 백신이 언제 들어올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대다수 계약 물량의 도입 일정이 여전히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지표도 촘촘히 따져봐야 한다. 우선 정부가 은연중 자신감을 내보인 고용지표는 31만4000명이라는 취업자 증가 이면에 고용의 질은 악화됐다는 수치도 있다. 주당 1~17시간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 수가 지난해 3월보다 56만5000명이나 늘었다. 고용불안은 결과적으로 민간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의 안정적 성장궤도를 위협한다.
'끝이 보이는 저금리 흐름' 또한 경제 전반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이 2023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시장금리는 계속 꿈틀대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과 풀린 유동성 회수는 대부분 한국의 선제적 금리인상을 촉발했다.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보시킨 중소기업 부채라는 부채불안을 안고 있는 우리 경제에 금리인상은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계 관계자는 “OECD와 IMF가 한국의 성장률을 증가 조정하기는 했지만, 수정된 성장률도 주요20개국(G20) 국가 중 하위권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집단 면역에 성장률 상향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