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외상결제에 밥그릇 줄어든 카드사

네이버페이, 30만원 후불결제 서비스…카카오페이도 “도입 검토 중” 사실상 빅테크에 ‘카드업’ 허용…결제시장서 카드사 주도권 박탈

2022-05-02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네이버 등 빅테크 업체들에 대한 외상결제가 허용되면서 카드사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우리나라 지급결제시장에서 외상결제는 그간 카드사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결제 수단이 신용카드 중심에서 핀테크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간편결제로 진화하고, IT업체에 대한 후불결제 마저 허용하면서 사실상 카드업 진출이 가능해졌다. 특히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파로 인해 결제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빅테크의 진출은 생존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2일 여신업계 따르면 빅테크 양대산맥 중 하나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15일부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실시하며 결제시장에 본격 합류했다. 아울러 카카오페이도 후불결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페이의 후불결제는 만 19세 이상, 네이버페이 가입기간 1년 이상의 사용자 중 일부에게만 서비스되는 베타 서비스다. 사용자가 후불결제를 신청할 경우 즉시 심사가 진행돼 심사를 통과하면 월 20만원의 이용한도가 부여된다. 한도는 최대 30만원까지 상향 조정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에 심사 등의 제한을 둔 것은 이용 중 발생할 수 있는 연체에 대비해서다. 후불결제에 따라 발생하는 채권의 충당금 적립기준도 신용카드사들의 감독규정과 똑같이 적용했다. 현재 신용카드사의 충당금 적립기준은 정상 분류채권의 경우 자산의 0.5% 이상, 요주의 분류 자산의 경우 1% 이상, 고정 분류 자사의 경우 20% 이상, 회수의문 자산의 경우 75% 이상, 추정손실 자산의 경우는 100%다. 빅테크의 후불결제는 카드사의 외상결제와 똑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돈 없이 미리 물건을 사고 나중에 갚는 방식으로 신용카드와 똑같다. 소비자한테는 결제수단이 다양해져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카드사 입장에선 가뜩이나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 영업환경 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시장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후불결제 도입 이전부터 빅테크업체들은 간편결제를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간편결제 서비스의 일평균 건수는 1454만8000건, 일평균 이용금액은 4492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 이용 건수가 210만 건, 일평균 이용금액은 645억원 수준이에서 5년 만에 7배 규모로 성장한 규모다. 지난해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25조원을 넘었고, 가입자는 2800만명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도 거래액이 67조원을 넘었고, 가입자 수는 3500만명을 넘어섰다. 실물카드 없는 결제 생활은 이미 대중화된 지 오래다. 작년 한 해 오프라인 결제에서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 규모는 16.4% 증가한 반면. 실물카드 이용 결제 규모는 7.4% 축소됐다. 한국은행 ‘2020년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년(2019년) 대비 0.3% 줄었다. IMF구제금융을 받던 1998년(-9.1%)이나 2003년(-22.2%)과 2004년(-26.8%)에도 신용카드 사용액은 줄었다고 하지만 2020년처럼 신용카드 홀로 감소세를 보였던 때는 드물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결제수단이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넘어가고, 실물카드가 스마트폰을 활용한 간편결제로 한 단계 진화했다”며 “결제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이를 카드사 고유사업으로 보기도 어렵다. 빅테크에 대응해 카드사도 다양한 사업영역에 진출하는 추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