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기조] 쏟아지는 '이재용 사면' 요청에 귀막은 靑
반도체 위기에 경제5단체 ‘이재용 사면’ 건의 종교계도 청원서 전달… 여론조사도 ‘찬성 많아 靑 “검토할 계획 없다”… 일방통행 소통 우려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요지부동’인 상태다. 나라 경제를 위해 재계와 소통하겠다는 최근 청와대의 선언이 '공염불'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3일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 부회장 사면을 요구하는 기업인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인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청와대가 여전히 귀를 막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이 부회장의 사면을 현재까지는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청와대가 여전히 ‘일반통행’으로 기업 정책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지난달 26일 청와대 소관부서에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제출한지 단 하루 만에 청와대가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경제5단체가 공동으로 입장을 정리해 청와대에 건의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반도체 산업을 위한 이 부회장 사면에 재계가 공감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재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내 7대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는 이 부회장 특별사면 청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청원서에는 종지협 공동대표의장인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교정원장 오도철 교무, 유교 성균관 손진우 관장, 천도교 송범두 교령,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이범창 회장이 참여했다.
여론도 이 부회장 사면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업체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69.4%였다. ‘사면해선 안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23.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7.4%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며 “청와대가 귀를 열고 이 부회장 사면 검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