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적자누적·보험료 인상 악순환

작년에만 2조5천억원 ‘손실’…5년 연속 적자 행진 “매년 두 차례 인상에도 못막아”…비급여 진료 개선 시급

2022-05-06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매년 큰 폭의 인상에도 불구 5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 사업비까지 고려한 실손보험의 합산비율은 지난해 123.7%로, 1년 전보다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특히 자기부담금이 없고 비급여 과잉진료 등 보험금 누수가 많은 1세대(구 실손) 상품의 손실이 심하다. 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실손보험 사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실손보험 판매사들은 지난해 2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5년 연속 손실이다. 생보사 손실은 1314억원으로 전년보다 274억원 줄었지만, 손보사 손실은 전년보다 149억원 많은 2조3694억원까지 늘었다. 상품 종류별로 보면 일반실손(1·2·3세대) 상품 모두 손실이 발생했고, 특히 1세대 상품 손실 규모가 1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구 실손) 상품은 자기부담금이 없고 비급여 과잉진료 등 보험금 누수가 많다. 보험사별 인상률은 1세대 기준 삼성화재가 19.6%로 가장 높았고, KB손해보험 19.5%, 메리츠화재 19.1% 현대해상 18.2%, DB손해보험 17.5% 등 순이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료도 크게 올랐다. 인상률은 역시 삼성화재가 13.6%로 가장 높았고 이어 메리츠화재 13.5%, KB손해보험 12.2%, 현대해상 12.1% 등 이었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일반인에 비해 비급여 진료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비중은 63.7%로, 전체 국민 건강보험 가입자의 비급여 비중(45.0%)보다 상당히 높다. 보험금 청구액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병은 근골격계 질환(허리디스크, 요통, 어깨 병변)과 안과 질환(백내장)이다. 비급여 비중은 의원(81%)과 병원(78%)급에서 높고, 상급병원(42%)일수록 감소했다. 병·의원의 주요 비급여 항목은 근골격계 질환 치료를 위한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 백내장 관련 치료재료인 조절성 인공수정체 등이었다. 금감원은 보험료 인상에도 지난해 합산비율이 적정 수준을 초과함에 따라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과잉의료에 대한 통제장치 부족과 비급여 진료에 대한 일부 계층의 도덕적 해이가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실손보험 전체 가입자 중 1년간 무사고자 비중은 65%에 달하고, 가입자의 83%는 납입보험료(연간 평균 29만6000원)보다 더 적은 보험금을 받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가벼운 질환에도 과도한 진단비와 일당, 수술비 등을 보장하는 정액보험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품이 불필요한 수술과 치료를 유발해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누수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손보험료 인상은 고스란히 가계부담으로 돌아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보험서비스료는 약 81%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460개 품목 중 네 번째로 물가 상승률이 높다. 서비스 물가 항목 152개 중에는 가장 가파른 상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