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논란] 韓, 처벌수위 세계 1위…“하한형, 상한형보다 처벌 수위 높아”

영국‧호주‧캐나다 등 구체적 기준 명시해 실효성 의문도 커져 시행 앞두고 국내 경영계 반발 확대…산안법‧형법과 삼중처벌

2022-05-09     신승엽 기자
지난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을 두고 노사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법은 해외 사례보다 처벌 기준은 낮고, 수위가 높아 경영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대재해법 하위법령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충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으로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빠른 시일 내에 시행령 제정을 완료해 기업들에게 유예기간을 주겠다는 뜻이다. 경영계는 현재 논의 중인 중대재해법만으로 해외 관련 법을 초월한 처벌 수위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 사업주와 법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50인 미만 사업장도 2년 동안 법 적용 유예를 받는다.  경영계가 중대재해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이중처벌과 해외 사례 등이 꼽힌다. 우선 중대재해법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겹치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겹치지 않는 부분에서 형법과 함께 삼중처벌이 가능해질 수 있어 ‘과잉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상으로도 사업주의 책임이 세계 최고 수준(의무조항 1222개)에 달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모두 기업 탓으로만 돌려 단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대표에 대한 징역 및 벌금 부과(1년 이상 및 10억원 이하), 법인에 대한 벌금 부과(50억원 이하),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작업중지‧영업중단),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5배 이내) 등이 부과된다.  해외 사례의 경우 관련 법에 충족하기 어려운 확실한 기준을 갖췄을 뿐 아니라 국내보다 처벌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우선 영국의 경우 지난 2007년 ‘법인과실치사법’을 제정했다. 사망이 발생했을 때만 적용되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처벌을 우선 시 한다. 실제 2012년까지 기소된 건(104건) 가운데 3건만 법인과실치사법으로 유죄가 선고됐다. 영국의 사례는 사망 사건에만 해당된다. 사실상 중대재해법과 비교하기에 작은 규모다.  호주의 경우 연방 형법과 직업안전보건법에는 중대재해기업 처벌 제도가 없지만, 일부 주에서 관련 법을 시행하고 있다. 중대재해법과 같은 별도 법이 아니라 산업안전법이나 형법을 개정해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범죄 성립 요건도 까다롭다. 구체적으로는 심각한 부주의로 고용한 근로자의 사망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경우가 처벌에 해당된다. 호주 북부의 노던 준주의 경우 안전보건의무를 가진 법인이나 고위 경영진이 의도적이고 심각한 부주의로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하고 근로자의 사망사고를 유발한 경우로 한정한다. 사실상 개인적인 감정에 따른 살인이 아닐 경우 처벌이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처벌은 국내보다 무거운 것으로 보인다. 호주수도 준주와 퀸즐랜드주는 경영자에게 최고 징역 20년, 빅토리아주는 징역 25년, 노던 준주는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캐나다의 관련 법은 실효성마저 떨어졌다. 캐나다판 중대재해법인 ‘웨스트레이법’은 지난 2004년 시행됐다. 법 시행 이후 10년 동안 기소된 건은 10건에 불과했다. 국내 산업안전보건법과 같은 기준의 ‘직장 안전과 건강법’과 겹치는 부분이 존재해 사실상 웨스트레이법은 무의미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대재해법은 중과실이 아닌 과실로도 처벌이 가능하고, 유일한 개인 처벌 하한형이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이나 호주의 형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은 개인에 대한 처벌이 없거나 상한형만 규정하고 있다. 하한형은 가장 낮은 처벌 수위를 규정하고 상한선이 없다는 뜻이다. 과실 여부를 판단할 때 경영인에게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기나 절도, 살인 등 대부분의 형법상 범죄는 상한형이 적용됐고, 하한형이 적용되는 범죄는 많지 않다”며 “1년 이상의 징역으로 설정된 하한형은 실질적으로 10년 이하의 징역이 적용된 법령보다 강력한 처벌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