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논란] “제 살 깎는 기업인 어딨냐”…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에 의문

산안법 개정안 시행에 중대재해 사업장 수치 유지 노동계 목소리 대거 반영…“책임 조사 시행령 필요”

2021-05-09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건설업 근로자 1만명 당 사망자는 전년(2.08)명보다 0.4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법 시행까지 앞둔 시점에서 현장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안전관리 방안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 조사에서도 관련 법인 산안법의 실효성 문제가 부상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작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명단을 살펴보면, 지난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은 671곳으로 조사됐다. 작년과 같은 수치다. 사망자 수 1명인 사업장(632곳)이 대부분이었고, 2명인 사업장(28곳)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369곳)이 절반을 넘었다. 중대재해가 주로 발생한 것은 주로 50인 미만(539곳‧80.3%)의 사업장이었다. 100~299인(56곳), 50~99인(52곳), 300~499인(16곳), 1000명 이상(5곳), 500~999인(3곳) 순으로 이어졌다. 규모가 작을수록 중대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300인 미만의 현장에서는 안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법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 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다. 사실상 50인 미만의 현장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공포 이후 3년 동안 법 적용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3년 내에 현장 안전수칙을 강화한다고 해도 앞선 산안법 개정안을 통해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소기업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경우 정부의 지원금을 수령해도 중대재해법과 산안법을 동시에 준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작은 만큼 상대적으로 현장 투자 여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납품 기한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유예기간 종료 이후 악의를 품은 노동자가 책임자를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50인 미만의 공장을 운영하는 김 씨(53)는 중대재해법 관련 소식을 듣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3년 이내에 사업을 접겠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김 씨는 “그간 산안법을 준수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중대재해법까지 본격적으로 시행될 때 중소기업의 경우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로제의 경우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중대재해법이 통과됨에 따라 3년 이내에 기업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현재 일부 정치권에서는 50인 미만 현장을 대상으로 한 중대재해법의 유예기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영계는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재해에 합리적인 대안을 찾지 않고 일방적으로 노동계의 의견만 수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우선 중대재해법상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며 “중대재해 발생 시 명확한 원인규명을 통해 노동자와 책임자의 잘못을 명백히 구분할 수 있는 관련 규정 시행령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