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경기과열’ 메시지 일주일만 美 연준 ‘버블 붕괴’ 경고
이달 들어 미국발 경기과열 경고음 잇따라
美경제 회복 코로나 조기 탈출전략 가능성
2021-05-09 김정인 기자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코로나 극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는 미국에서 최근 경기 과열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월가 거물이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과열을 경고하더니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식 보고서에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미국 경제가 방향을 바꾸면 그 파장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시장에서는 ‘미리 대비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버핏 “인플레 멈추지 않을 것”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은 이달 1일(이하 현지시간) 연례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매우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그냥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섯 달 전 예상했던 것보다 꽤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있고 더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자산시장의 지나치게 활기찬 움직임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어 사흘 뒤 나온 연준 의장 출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메시지는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4일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 지출을 두고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갖추고 생산적이 되는데 필요한 투자”라면서도 “아주 약간의 (금리) 인상을 촉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록 추가 (재정)지출이 미 경제 규모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라고는 해도 우리 경제가 과열로 치닫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 금리가 어느 정도는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지출이 미국 경제 규모에 비해 작은 수준이지만 경기 과열을 부를 수 있으며 향후 연준이 소폭의 금리인상을 통해 경제흐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로 인해 뉴욕증시가 출렁이는 등 파장이 확산되자 옐런 장관은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연준, 자산시장 위험 경고
하지만 이틀 뒤인 6일 발표된 연준의 금융안정보고서(연준 홈페이지 게시)는 옐런 장관의 애초 경고보다 더 나간 것이었다.
연준은 이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금융 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주식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차츰 감소할 경우 미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또 “투자자들이 주식부터 회사채, 가상화폐까지 거의 모든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자산의 평가가치가 높아진 상태”라며 “주식시장 등에서의 자산 가격 상승이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준은 자산시장의 버블 붕괴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연준은 “주식과 다른 위험자산들의 가치가 지난해 11월부터 올랐으며 일부는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낮은 국채 이자율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자산의 가격은 역사적 기준과 비교해서 더 높은 상태”라며 “이런 위험 선호 현상이 꺼지면 자산 가격은 상당한 하락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美, 출구전략 앞당겨질 가능성
연준의 보고서가 공개되자 옐런 장관의 발언도 단순한 실언이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중에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사실상 시장에 사전 경고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최근 미국 경제가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전과 맞물리면서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조기 집단면역 달성으로 인해 미국의 코로나 출구전략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말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이 시작되고 내년 여름께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반년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미국의 경제회복 상황과 관련해 7일 발표된 미국의 4월 고용지표는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전월 대비 26만6000개 증가하는데 그쳐 당초 예상치(100만개 증가)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옐런 장관은 낙관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