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성전자-이통3사, 28GHz 5G 장비 ‘엇갈린 시선’

이통3사 “실효성 부족” vs 삼성전자 “장비 최적화 성과 있어” 정부 소통에서도 입장차이 확인만…도입 필요성에선 공감대 형성 B2B 중심 시장 수요 발굴 ‘관건’…정책 확정 전까지 논란 지속 전망

2022-05-10     정두용 기자
LG유플러스는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차세대 5G’ 28GHz 주파수 대역의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통신 장비 제작사인 삼성전자와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는 이동통신 3사의 입장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의 갑론을박이 물밑에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중심을 못 잡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28GHz 주파수 기반 5G 통신 장비의 도입을 두고 삼성전자와 이통3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양상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28GHz 주파수 기반 통신 서비스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통신 장비 최적화에 성과를 올리고 있어 도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해당 논란이 2018년 6월 정부가 28GHz 주파수 대역을 이통3사에 할당할 당시부터 예견된 사안이라고 평가한다. 당시에도 28GHz의 실효성 논란이 일부 제기됐으나 정부는 초고속 5G 구축을 목표로 할당을 강행했다. 28GHz 주파수는 현재 소비자향 5G 서비스로 구축된 3.5GHz 방식보다 그 속도가 3~4배 이상 빠르다. 그러나 주파수 특성상 직진성이 강해 서비스 범위가 협소하고 간섭에 따른 연결 제한 현상도 자주 발생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8GHz는 그럼에도 초고속 통신 서비스의 구축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시장 잠재력이 높다. 정부와 이통3사가 5G 도입 초기 ‘LTE 대비 20배 빠르다’고 홍보할 수 있었던 배경도 28GHz 상용화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5G 서비스를 통한 일상의 변화에 대중이 공감하려면 28GHz 상용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3G 도입 땐 카카오톡과 같은 데이터 중심의 메시지 체계가 도입됐고, LTE에선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가 활성화돼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많았다”며 “5G는 아직 이와 같은 특화서비스 구축이 미흡해 시장에서 비판을 받는 게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28GHz가 상용화된다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과 같은 차세대 서비스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단계에선 차세대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도 이를 회수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통3사도 28GHz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시장 수요가 아직 완벽히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라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5G 전국망을 구축을 진행 중인 3.5GHz 방식으로 구축한 서비스 지역을 28GHz가 동일하게 커버 하려면 3배 이상의 기지국이 필요하다. 이통3사는 이 때문에 장비 최적화를 통한 비용 감축이 선행되어야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달리 이미 장비의 최적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8GHz 대역 5G 기지국과 LTE 기지국을 동시에 활용하는 이중 통신(Dual Connectivity) 기술로 업계 최고 다운로드 속도를 지난달 달성한 바 있다. 28GHz 대역 5G 통합형 기지국과 1.9·2.1GHz 대역 LTE 기지국을 기반으로 통신망을 구축, 갤럭시 S20+ 등의 상용 제품을 활용해 속도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측정된 속도는 4GB 용량의 풀 HD 영화 1편을 약 6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5.23Gbps였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 등에 28GHz 통신장비 공급에 성공한 바 있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정부 중심의 협의체에서도 나타난다. 과기정통부는 ‘28GHz 5G 이동통신 구축 활성화 전담반(TF)’ 등을 통해 업계 목소리를 듣고, 직접 장비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TF엔 이통3사와 삼성전자 모두 포함돼 있다. 함께 실효성을 검증하고 있지만 회의마다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정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양측의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삼성전자의 입장 모두 이해는 된다”면서도 “도입을 강요받기보다 시장 수요가 완벽히 형성돼 자연스럽게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때까지 정부가 기다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