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통령에겐 재보선 쇼크도 안 통했다

2021-05-11     송병형 기자
송병형
지난 10일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기자회견에서 “어쨌든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 거기에 더해서 LH 비리까지 겹쳐지면서, 지난번 보선을 통해서 정말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세간에선 ‘재보선 쇼크도 안 통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논란, 갈등, 진통이 끊이지 않았던 4년의 치세였지만 대통령이 이날 잘못을 인정한 것은 부동산 문제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부동산 관련 발언 중 ‘어쨌든’이라는 표현을 몇 차례 사용했는데,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은연중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재보선 참패가 있었기에 부동산 정책 실패나마 인정했는지도 모르겠다.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를 떠올려보자. 당시 집값 폭등으로 서울시민들의 고통이 컸지만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며 “대부분의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다.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했다. 재보선 참패가 없었다면 대통령은 여전히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는 말을 국민 앞에서 호언장담하지 않았을까. 대통령은 이제 ‘부동산은 자신 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정책 기조 자체는 절대 바꿀 수 없다고 한다. 다만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자기 집 한 채 살 수 없게 만든 것 정도는 고쳐보겠다고 한다. 1년 반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은 부동산 규제에 고통을 호소하는 서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대통령은 “말씀하신대로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 실수요자들한테도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투기를 잡기 위해 감수해야 할 진통으로 치부했다. 대통령은 재보선 참패가 있고서야 1년 반 전 흘려들은 국민의 호소를 수용했다. 재보선 참패 직후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던 김종민 의원은 이런 반성문을 낸 적 있다. “정책도 정책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잘못된 자세와 태도였다. 정부 정책 책임자, 민주당 지도부는 부동산 폭등 현실에 대해 ‘우리 정책이 옳다’ ‘조만간 효과 있을 것이다’ ‘특정 지역의 일시적 문제다’ 이런 식으로 대응해왔다”라고. 지금 대통령은 부동산 하나만이 문제라고 한다. 일자리, 경제, 백신, 인사 등 나머지 국정 전반에 대해서는 여전히 ‘내가 옳다’는 자세다. 심지어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과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을 여전히 가르려고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치적을 자찬하고는 “모두 우리 국민들이 이룬 성과다. 정말로 자랑스럽고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런데 이런 위기 때마다 항상 그 위기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심지어 그 가운데서 갈등이나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들도 늘 있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국민들이 이뤄낸 이 위대한 성취를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일은 절대로 안 될 일”이라고 했다. 다수의 국민이 재보선에서 정권을 심판했지만,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재보선 참패는 오직 부동산 정책 하나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