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난 금감원에 금융소비자 ‘뿔났다’

규제는 완화하고 검사는 예고방식으로 변경

2013-07-18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사에 대해 규제는 완화하고 검사 방식은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금융감독원의 최근 행보에 금융소비자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18일 금감원은 은행권에 수수료 원가 산정 방식과 산정 절차 등을 포함한 연내 수수료 모범규준을 만들도록 지도할 예정임을 밝혔다.이는 최수현 금감원장이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회사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상 수수료 인상을 시사하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풀이된다.또 이날 최 원장은 현행 보험사의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관련 규제가 과도해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보험업계의 지적에도 “보험업권의 유동성 및 RBC 규제와 보험사의 해외 진출 관련 규제, 외국환 거래 기준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수익창출을 위해 규제를 풀고, 소비자들에게 수수료를 걷어 금융사의 수익성 제고를 꾀하겠다는 최 원장의 이번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던 취임 초기와는 사뭇 입장이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화선 금융소비자원 실장은 “수수료 인상은 기업 대출 부실로 발생한 은행 손실을 일반 개인 이용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손실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는 대신 단순한 이익보전 방식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또 “RBC는 단순한 규제가 아닌 금융사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건전성을 확인하는 지표”라며 “규제 완화로 건전성이 침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금융사에 대한 감독 규정도, 애초 대대적인 강화에 나설 것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각 금융사의 감사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전망이다.17일에는 금감원은 금융사 검사 시 필요한 자료는 사전에 미리 요청하고, 면담은 예고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검사 관행 및 방식 혁신방안’을 발표했다.이 개선안에 따르면 금감원은 앞으로 검사 과정에서 금융사에 사전에 미리 요청해 받은 것 이외의 자료 요청을 엄격히 제한하고, 수시로 시행했던 관련 임원 면담도 예고제를 실시해 불가피한 상황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또 자율시정이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는 각 사가 스스로 개선토록 조치하는 등 자율성을 강화하고,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우수한 금융사의 경우엔 종합검사 주기를 완화하고 검사기간을 축소하기로 했다.감사 결과 고의성이 없거나 사회적 물의가 크지 않은 문제가 발견될 경우에는 제재를 우선하지 않을 예정이다.그러나 자료나 면담을 사전 요구 건에 한해 제한할 경우, 금감원의 검사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고, 금융권의 내부감사책임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자체시정에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금융사의 자정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는 금감원의 강력한 검사 기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라며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검사 과정에서 금감원의 기능을 일부 제한토록 한 이번 혁신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또 “‘고의성’이나 ‘사회적 물의’라는 모호한 기준을 사용할 경우 ‘선진화’라는 명분과는 달리 개별 사안에 대한 검사관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조 대표는 이어 “이러한 각 금융사의 자율 감사 시스템의 강화가 문제 발생 시 금감원의 책임회피의 빌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이에 금감원은 각 금융사의 자율성을 강화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장병용 감독총괄국 검사총괄팀 부국장은 “감독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금감원이 검사 강도를 높인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언제까지나 금감원이 1부터 10까지 모든 사안을 검사하는 것 보다는 각 금융사 내부 감사팀의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금감원이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 검토할 예정이지만, 자율성을 강화하려면 단순히 책임만 주는 것이 아니라 권리도 줘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 자율성 강화 조치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식의 무책임한 방임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검사관의 기분에 따라 서류나 면담을 추가하는 사례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사전 자료, 면담 요청 의무를 강화한 것”이라며 “새로운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면 사안에 따라 추가 자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