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네카라쿠배당토직 세대
2022-05-13 매일일보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카카오가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이 밖의 비슷한 조사들에서 카카오는 거의 예외 없이 1등으로 나온다. 카카오는 이른바 ‘네카라쿠배당토직’ 중 하나다. 네카라쿠배당토직은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직방 등 8개 IT기업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청년세대에게 네카라쿠배당토직은 꿈의 기업이다.
네카라쿠배당토직 신조어의 시작은 당초 ‘네카라쿠배’였다. 여기에 당근마켓, 토스, 직방이 회사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네카라쿠배당토직이 됐다. 2월엔 크래프톤이 개발 직군 초봉을 기존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올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최고 대우 기업이 되자 연봉서열 5곳만 추렸다는 ‘크네카라쿠’란 말도 생겼다. 연봉 따라 직장을 옮기는 MZ세대에게 연봉서열은 최고의 관심사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개발 직군 초봉이 5000만 원 정도다.
국내 취업준비자는 약 85만 명으로 이 중 2030이 89%다. 그런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상당수 기업은 지난해보다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수백 명대의 채용을 예고한 곳이 네카라쿠배당토직이다. 그러니 ‘문송’(문과라 죄송합니다)한 인문계 학생들도 IT 학과로 모여든다.
코딩학원에 다니거나 관련 복수전공을 해서 비전공자들이 IT 일자리를 얻는 성공 사례도 나온다. 그런데 네카라쿠배당토직이 진짜로 찾는 IT 인재는 대학에서 전공을 하고 심도 있는 연구까지 한 학생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인재를 충분히 수급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자유롭게 첨단 학과의 정원을 늘리지 못하고 학생은 자유롭게 전공을 바꿀 수 없는 탓이다.
기성세대는 MZ세대가 꿈 없이 돈만 따라다닌다고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미래세대는 할 말이 있다. 집값이 미쳐서 결혼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연봉을 더 준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짐을 싼다는 것이다. 언제나 머릿속으로 돈을 따지면서 ‘더 (연봉이) 높은 곳’을 올려다보며 사는 게 자신들도 서글프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한 분야가 뜬다고 우르르 몰려가는 건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글로벌 경쟁에 임하는 인재가 되려면 최신 트렌드는 파악하되 외국어와 인문학적 소양, 체력 등 내공을 기르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심장이 무엇을 뜨겁게 원하는지 들어다 보기를 바란다. 네카라쿠배당토직 세대에게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전하고 싶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