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금 당신의 결정이 옳습니다
[매일일보] 내가 근무하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는 매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적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과제를 ‘지적세미나’라는 이름으로 공모하고 선발한다. 최우수과제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2번의 서면심사와 2번의 발표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특히 발표심사는 전문가들의 혹독한 심사평으로 유명하다. 신입사원 시절 최종평가까지 올라간 나는 마지막 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나에게 당시 지적세미나를 담당하던 선배의 말은 큰 힘이 되었다. “여기서 너보다 네 연구과제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은 없어. 확신이 있다면 자신감 있게 보여줘” 그 선배의 한마디 덕분에 내 긴장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고, 나는 당당히 전국 최우수과제에 선정되는 영광과 함께 장관 표창을 받았다.
누구나 살아가며 타인의 평가를 받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 삶이고, 내 일이고, 내 결정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참견하고 훈수를 둔다. 그리고 어떨 때는 그런 참견에 휘말려 방향을 바꾸고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선택과 의견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있다면 내 결정을 믿고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꼭 필요하다. 남의 의견이 나를 만들어 주지 않으며, 남들은 나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혹여 잘못된 선택이었다 하더라고 그 책임은 오롯이 내가 지면 되는 것이다.
스티브잡스가 메킨토시를 세상에 선보이던 날, 한 기자가 “어떤 방식으로 시장조사를 했습니까?”라고 그에게 물었다. 스티브잡스는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답했다. “알렌산더 그레이엄 벨이 시장조사 같은 것을 하고 전화를 발명했습니까? ”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른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믿고 메킨토시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시장조사에 연연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에 집중했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애플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955년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에시(Solomon Asch)는 시력 검사를 구실로 실험할 대학생들을 모집했다. 애시 박사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쉽게 구분할 수 있는 3개의 선분 길이를 비교하도록 했다. 기준이 되는 선분을 먼저 보여주고 그것과 같은 길이의 선분을 찾는 문제인데, 선택지로 제시된 3개의 선분 중 2개의 선분은 한눈에 봐도 훨씬 짭거나 훨씬 길게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실험 대상자들은 실험을 위해 투입된 5~6명의 학생들이 잘못된 답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실험 대상자가 ‘선분 질문’을 받았을 때 모든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그를 쳐다보도록 했다. 실험 결과 놀랍게도 실험에 참여했던 학생의 약 4분의 3은 본래 자신이 생각했던 정답과 다른 오답을 선택했다. 애시 박사는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진짜 의견이나 진실을 말하기보다 다수의 의견에 더 동조하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도 말이다.
삶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결정의 연속이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에 확신이 없는 사람들은 타인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인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결정에 확신이 없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말과 같다. 우리는 자신의 결정을 신뢰할 필요가 있다. 잘못될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넘어질 때마다 자신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자신을 믿는 것은 우리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고, 용기를 가지고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항상 타인의 의견이 옳지는 않다. 내 선택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남보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가져라.
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