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차‧기아, 임단협 앞두고 노사 갈등 심화 

사측, 미국에 8조 규모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양사 노조 반발 거세…“조합원 무시하는 처사” 

2022-05-23     박주선 기자
현대자동차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을 앞두고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발표한 미국 현지 대규모 투자 계획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측은 조만간 노조에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따른 미국 현지 생산의 불가피성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사 협상에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과 생산 설비 확충을 비롯해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총 74억달러(한화 8조1417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그린뉴딜’ 및 ‘바이 아메리칸(미국제품 구매)’ 전략과 이와 연계한 전기차 정책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모델의 미국 현지 생산을 추진하며, 현대차는 내년 중으로 첫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사측의 투자 계획에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 불신이 큰 마당에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 투자계획을 사측이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사측의 일방적인 미국 시장 투자 계획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 부품 수급 등 해외공장 문제점은 너무 많다”며 “품질력 기반 고부가가치 중심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 산업으로 인한 신산업을 국내 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덧붙였다.  기아 노조 역시 소식지를 통해 미국 투자 계획에 반대하며 국내 공장 투자를 통한 고용 안정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기아 노조는 “해외공장이 우선이 아니라 3만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국내공장 전기차·수소차 조기 전개, 핵심부품 국내공장 내 생산을 위한 구체적 방안 제시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투자 문제가 사실상 올해 임단협 교섭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지난 14일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한 상태다. 올해 요구안에는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여기에 ‘산업 전환에 따른 미래협약’을 포함시켜 강력한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가 작성한 미래협약에는 ‘전기차 생산 증가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배터리, 전장 부품, 반도체, 신소재 등 주요 부품의 연구·생산을 현대차 국내 연구소 및 공장에서 수행하라’는 요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노조도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65세 정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2021년 단체교섭 요구안을 지난 13일 사측에 발송했다. 요구안에는 지난해 영업이익(2조665억원)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과 점심시간 유급화, 일부 직군과 생산라인 수당 인상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는 조만간 노조에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따른 미국 현지 생산의 불가피성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조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미국 투자 문제가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임단협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센 탓에 자칫 총파업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