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파국으로 치닫는 르노삼성…노조는 적자·구조조정도 ‘나몰라라’
25일째 전면파업…노조 “구조조정 중단, 비정규직 직고용”
사측 “경영 악화돼 구조조정 불가피…전면파업 중단해야”
2021-05-23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회사 측에 비정규직 노동자 직고용을 요구하며 이날로 25일째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의 전면파업과 사측의 부분 직장폐쇄가 3주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는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불법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구조조정을 진행, 정규직의 빈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며 “부산 공장의 비정규직을 늘리기 위한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이들을 즉각 직고용 하라”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경영상태가 악화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5700여 명이었던 정규직 노동자는 올해 3700명으로 줄었다. 노사는 지난달 29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9차 본교섭에 나섰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강대강 대치를 이어오고 있다.
문제는 르노삼성이 좋지 못한 실적을 내고 있는데, 노조의 파업이 맞물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르노자동차 본사 측에서는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4월 9344대를 판매했다. 이는 2020년 4월 대비로는 28.6% 감소한 성적이다.
지난해 790억원대 적자를 낸 르노삼성은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에 대응해 직장 폐쇄라는 초강수를 뒀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직원들의 고용과 안전을 위협하는 현재 상황을 방치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7월부터 임단협 협상을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고,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격려금 500만원 지급을 제시했다.
르노삼성은 2018년 임단협과 2019년 임금 협상 당시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만 6000억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노사는 지난달 29일 임단협 9차 본교섭을 벌인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부분 직장폐쇄를 먼저 풀고 회사가 본교섭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회사는 전면파업을 중단하고 회사로 복귀하면 다시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파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르노 본사 측에서는 급기야 철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이달 초 담화문을 통해 “과거라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노조에 경고를 날리는 한편, 사실상 철수 가능성까지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