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응급 환자는 어떻게 의료 서비스에 접근해야 하는가

2021-05-23     기고
지승배

[지승배 위드메이트 대표] ‘환자’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이미지는 고정되어 있다. ‘병상’, ‘움직이지 못함’, ‘위중함’, ‘정상 생활을 영위하지 못함’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환자라는 단어를 달고도 의료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에 병상에 누워 있지 않고 움직일 수 있으며, 정상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우리가 환자라는 단어를 토대로 연상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병원의 숫자만으로 모든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상인이 아니나 환자이기는 한’ 사람은 어떻게 분류되어야 할까? 우리는 이들을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의료 기관에 방문해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아야 하는 ‘비응급 환자’라고 칭한다. 집중 항암 치료를 끝내고 추적 관찰 시기에 접어든 암 환자, 주기적인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성 콩팥병 환자, 당뇨병과 같은 기저 질환을 치료 중인 환자 등이 비응급 환자에 속한다.

비응급 환자들은 언제라도 ‘응급 환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의료 조치를 받고, 처방된 약을 적절하게 복용하는 것이 필수다. 그런데도 ‘비응급’이라는 단어가 가진 이중성 탓에 이들은, 특히 고령자는 더욱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수년간의 집중 치료와 재활을 거치며 가장 가까운 간병인인 가족들의 심신은 지쳤고 “이제 혼자서도 병원에 가실 수 있겠지?”라는 생각과 “그래도 내가 같이 가야지”라는 내적 갈등이 폭발한다. 비응급 환자 또한 그런 가족에게 단순 진료 또는 진찰을 위한 동행을 부탁하기가 부담스럽다. 수년간 다닌 병원인데도 병원으로 향하는 길과 복잡한 수납 과정, 그리고 진료 일정은 어렵기만 하다. 질리도록 들었던 나의 건강에 대한 진찰 내용과 복약 지도는 기억하기도, 말하기도 싫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담만 주는 이 상황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외면하고 싶은 이 현실이 어쩌면 비응급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질병’이나 ‘장애’보다 더 큰 어려움이 된다. 그렇다고 비용이 비싼 전문 간병인을 고용할 수도 없기에, 대부분의 보호자는 내적 갈등 끝에 본인이 동행을 하거나, 불안한 마음을 안고 비응급 환자를 홀로 병원에 보낸다.

이렇게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비응급 환자와 그 보호자들의 내적 갈등을 해소하고자 나타난 서비스가 있다. 바로 ‘비응급 의료 동행(병원 동행)’ 서비스다. 캐나다와 미국 등 국토가 넓은 선진국에서는 단순히 ‘환자 운송’의 개념으로 자리 잡은 서비스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넘어 의료 시설까지 동행하며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의사 소견은 어떤지, 복약 지도 내용은 무엇인지, 다음 진료 일정은 언제인지 등에 대한 모든 정보를 기록해주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위드메이트는 2015년 국내 최초로 병원 동행 서비스 매칭 플랫폼을 출시했다. 6년간 수천 건 이상의 시니어 동행 서비스를 진행하며 쌓은 경험과 신뢰, 그리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니어 토탈 케어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진행 중이다.

현재 관련 업체가 하나 둘 늘어나, 이에 따라 비응급 환자가 겪던 불편함 또한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병원 동행’ 서비스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으며 서비스 자체적으로도 보완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과연 병원 동행 서비스가 비응급 환자와 시니어의 의료 사각지대를 저렴하면서도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