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빚폭탄 떠안고 이익공유까지" 관치에 멍든 금융
1년간 '169조 청구서' 강요받은 은행들
정부·정치권 서민금융지원 앞세워 압박
2022-05-24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권이 정부와 정치권의 관치와 포퓰리즘 정책에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5대 금융지주사에서 동원된 금액이 169조원에 달한 가운데 서민금융생활지원법 개정안까지 의결되며 금융판 이익공유제도 현실화가 됐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지난 4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코로나19 대출 원금 유예규모는 86조원(35만건)이다.
정부 주도로 조성되고 있는 K-뉴딜 펀드에 5대 금융지주는 약 70조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로 조성됐지만 사용하지 못한 금액도 적지않다. 지난해 20조원 조성을 목표로 출범한 채권시장안정펀드의 경우 은행에 할당된 금액은 4조7000억원이었다. 10조원 조성을 목표로 한 증권시장안정펀드도 8조원은 5대 금융지주와 이에 속하지 않은 대형 증권사 등 금융업권이 분담키로 했다. 두 펀드 모두 채권 및 증시 상황이 나빠지면 언제든 재동원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렇게 코로나19 금융지원 금액과 K-뉴딜 펀드, 채안·증안펀드 규모를 모두 더하면 무려 168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금융사가 연간 1000억원씩 걷어 서민금융을 지원해 ‘금융권 이익공유제’라는 평가를 받게 된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도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에 따라 서민금융 출연금을 내야 하는 기관이 기존 상호금융조합, 저축은행에서 은행,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된다. 이들 기관은 연간 2000억 원 수준의 출연금을 내게 된다. 해당 규정은 올해부터 5년간 적용된다.
서민금융진흥원 내부관리 체계와 지배구조도 개편된다. 서민금융진흥원장과 휴면예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분리된다. 서민금융진흥원 운영위원회에서 금융권 참여를 확대하도록 민간위원 6명 중 2명을 금융협회장 추천 민간 전문가로 구성하도록 했다. 휴면예금 등에 대한 관리와 이를 활용한 사업도 별도의 계정으로 분리된다. 휴면예금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취지다.
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정부 금융지원 등을 사칭한 불법 대출을 금지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기관 사칭은 1000만 원, 정부 지원 사칭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엔 관치금융이라기보다 정치금융 수준이 되고 있다"면서 "대출이자 만기 유예, 강제적인 기금 조성 등 은행 건전성을 악화 시키는 정책의 피해는 개인고객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