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상표 ‘인스타 모델’이 등록될 수 있었던 이유

2021-05-26     기고
전소정

[매일일보 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이 자사의 약칭 ‘INSTA(인스타)’와 유사한 상표 ‘INSTA MODEL(인스타모델)’의 등록을 무효로 해달라고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은 이에 대해 상표 간에 출처의 오인, 혼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스타모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인스타그램은 이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과 달리 인스타그램에게 승소를 안겨 줬다. ‘인스타모델’은 ‘인스타’의 신용에 편승하기 위한 부정한 목적의 상표 등록이라는 이유에서다.

승소한 현 시점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지만 특허청과 특허심판원은 ‘인스타모델’의 상표 등록을 허용해 줬다. ‘인스타그램’과 ‘인스타모델’ 간에 출처의 오인, 혼동 가능성이 없다고 본 까닭이다. 애초에 어떻게 이런 심사가 가능했던 걸까. 필자는 인스타그램의 약칭인 ‘인스타’에 대한 상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보았다. 약칭 ‘인스타’가 등록이 되어 있었다면 선등록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인스타모델’의 등록이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명쾌한 심사가 가능했을 것이다.

바야흐로 약칭의 시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만 하더라도 ‘FACEBOOK(페이스북)’은 ‘페북’으로, 요즘 대세인 ‘CLUBHOUSE(클럽하우스)’는 ‘클하’로 약칭된다. 브랜드를 약칭으로 부르는 경향은 긴 음절의 브랜드가 많은 의류 브랜드에서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POLO RALPH RAULEN(폴로랄프로렌)’은 ‘POLO(폴로)’로, ‘GIORGIO ARMANY(조지오 아르마니)’는 ‘ARMANY(아르마니)’로 약칭한다. 상표의 유사 여부, 인지도 여부를 판단할 때 거래계의 실정은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즉 해당 상표가 소비자들에 의해 어떻게 약칭되고 있는가에 따라 상표의 유사 여부, 인지도 여부를 판단할 때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인스타그램 상표 사건에서도 인스타그램이 ‘INSTA’ 약칭에 대한 상표 등록을 하지 못했지만 인스타로 쉽게 약칭되는 현실을 고려해 ‘INSTA MODEL’과의 유사성을 인정해 주었듯 말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2~3음절의 짧은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러나 브랜드 포화의 시대에서 2~3음절의 짧은 브랜드는 이미 선점되어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의 길이가 길어지게 되는데 4~5음절부터는 소비자들은 2~3음절로 약칭해서 바이럴되기 쉽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약칭에 대한 상표 등록을 미리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TICKET MONSTER (티켓 몬스터)’는 공식 약칭을 ‘TIMON 티몬’이라 정하고 처음부터 상표 등록을 해둔 좋은 케이스이다. 만일 미리 공식 약칭을 정해두지 않은 채 상표가 유명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부르는 약칭이 후발적으로 생긴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브랜드는 관리가 필요하다. 브랜드 런칭 이후에도 브랜드가 약칭으로 불릴 수 있는 거래 현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약칭에 대한 권리화를 진행한다면, 미투 브랜드로 인한 손해와 불필요한 상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최선의 예방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