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우리 사회 엘리트는 과연 존재하는가

2022-05-27     매일일보
원동인
지난달 고려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고려대 세종캠퍼스 소속 학생 A씨를 교육자치국장으로 임명했다. A씨는 서울캠퍼스에서 융합전공 과목을 수강하며 동아리 회장을 하다가 학내 자치기구인 동아리연합회의 추천으로 비대위 임원이 됐다고 한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는 각자 총학생회를 두고 있는 다른 학교인데 A씨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의 임원을 맡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A씨를 향한 비난여론이 커지며 일부 이용자가 A씨의 이름과 사진 등 신상정보를 캐내고 그가 ‘고대생 흉내’를 낸다는 조롱글을 올리기도 했다. “고연전도 낄 생각하지 마. 니들은 누가 봐도 고대생이 아니야”, “분수에 맞지 않는 감투를 탐하지 마라”는 등 세종캠퍼스 학생들 전체를 향한 반감을 드러내는 표현도 다수 등장했다. 필자는 기사를 읽으며, 문득 속칭 명문대로 불리는 SKY대 학생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다. 서울대·연고대(분교 포함)의 학부생 숫자를 확인해 보니 현재 6만8000여명이다. 그렇다면 이들 3개 대학이 한국 대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2020년 교육부 발표 교육통계를 찾아보니 일반대학 191개교와 교육대학 10개교, 전문대학 등을 포함해서 학부 재학생 수는 약 215만명이다. 이들 3개 대학 재학생의 비중은 전체의 3.2%다. 총 144만여명인 4년제 일반대학 재학생 수만 놓고 보면 비율이 좀 더 올라간다. 거의 100명 중 5명이 이 3개 대학에 재학 중이다. 그럼 미국은 어떨까? 지난해 가을 기준 미국대학에 등록된 학생 수는 2000만명 정도 된다. 이 중 학부생은 1700만명에 육박하고 대학원생의 숫자는 310만명을 넘는다. 미국 인구의 6% 정도가 대학생이란 얘기다.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많다. 그렇다면 이 중에 ‘아이비리그’에 다니는 학부생은 몇 명이나 될까? 작년도 등록학생 수는 약 6만8000명이다. 생각보다 훨씬 적다. 미국대학 학부생 전체의 0.4%로, 학생 1000명 중 겨우 4명 정도로 아주 소수이다. 단순 비율상으로만 보면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미국 대학 내 비중에 비해 서울대·연고대(분교 포함)의 국내 비중이 최소 8배 이상 높다. 동문 숫자는 얼마나 되나 검색해 보니 이들 3개 대학 동문 숫자 총합은 최소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이렇게 엘리트가 넘쳐 나는데 왜 청년들은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할까? 아마도 이런 학생들이 사회에 나오면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갑질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우리나라 엘리트는 희소성보다 세력과 규모에 치중해 온 결과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의 엘리트 육성 정책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