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에서 대체 뭘 가르치길래…
입소 전후 희망 진로 ‘판·검사’→‘로펌’…삶의 우선순위, ‘사회정의’↓·‘좋은 선배’↑
2014-07-21 최필성 기자
[매일일보] 올해 1월 수료식을 가진 제42기 사법연수원 연수생들이 2년 동안 연수기간을 거치면서 수료 후 선호 직업이 판사나 검사에서 중·대형 로펌 변호사로 눈에 띄게 변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석박사 통합과정의 이준석씨는 42기 연수생을 상대로 연수원 입소 직후인 2011년 3월과 4학기 실무수습과정 시작 직전인 2012년 5월 두 차례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21일 밝혔다.42기 연수생은 법조 일원화에 따라 로스쿨 졸업생과 본격 경쟁해야 하는 첫 세대로 입소 당시부터 주목을 받아온 기수다. 지난 1월 826명이 연수원을 수료해 각 분야로 흩어졌다.논문에 따르면 첫 설문조사에 응한 42기 연수생 289명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판사를 고른 비율은 49%에 달했다. 검사는 26%, 중·대형 로펌 변호사는 8%, 행정부는 4%로 뒤를 이었다.하지만 두 번째 설문조사 결과는 현저히 달랐다. 조사에 참여한 199명 중 판사는 26%, 검사는 11%로 각각 비율이 크게 떨어진 반면에 중·대형 로펌 변호사는 26%로 훌쩍 뛰었다.소규모 로펌 변호사는 2%에서 10%로, 사내변호사는 1%에서 6%로 비율이 상승해 전체적으로 변호사 선호도가 판·검사 선호도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아졌다.이씨는 42기 연수생의 직업 선호가 급격히 바뀐 객관적 원인으로 법관 즉시 임용제 폐지를, 주관적 원인으로 삶의 우선순위 변화와 판·검사에 대한 인식 악화를 꼽았다.이씨는 “42기 연수생은 연수원 수료 직후 판사로 바로 임관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며 “재판연구원도 지위가 불안정해 판사 대신 검사나 변호사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이씨는 이어 “삶의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사회정의 실현’을 덜 중요시하고 ‘좋은 선배의 지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변화했다”며 “판·검사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이씨는 다만 “통념처럼 단순히 좀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위해 변호사를 선호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법원과 검찰은 직업 선호 변화의 원인을 파악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며 더욱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한편 본인이 41기 연수생이기도 했던 이씨는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지난 17일 ‘서울대학교 법학’ 최근호를 통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