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람 존중’이 필요한 사회

2021-05-30     문수호 기자
유통중기부장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양상이다. 세대 간 갈등부터 젠더 갈등 등 수많은 이상의 대립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주요인은 결국 ‘내 것’을 지키기 위한 ‘나’를 중심으로 한 이기적 사고에 있다.

여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진 않겠다. 단지 개인의 생각일 뿐이고 나와 달리 생각하는 이와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의 중심에 단 한 가지 지켜야할 것이 있다면 ‘사람 존중’을 꼽고 싶다.

노인공경이나 여성우대라는 말은 살면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사람 존중이란 말은 보편화 되지 않은 것 같다. 사람 존중은 노인공경이나 여성우대를 아우르는 상위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가장 강조돼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노인을 공경하라는 것은 사실 유교 사상이 묻어 있는 전통적 관념에 가깝다.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나를 낳아주지도 길러주지도 않은 사람을 공경하라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살아가는데 한 푼 도와주지도 않은 이를 우리는 무슨 이유로 공경해야 하는가?

길을 지나다보면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젊은이에게 우대하라거나 공중도덕과 예절을 무시한 채 나이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성질 괴팍한 노인까지 공경해야 할까?

최근 젊은 세대들은 노인을 공경하라, 여성을 우대하라 등 여러 갈등을 부추기는 말에 싫증을 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러한 불만을 가시적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특정 집단을 우대하거나 분리하지 않은 ‘사람 존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진다.

사람을 존중한다면 아랫사람을 하대하거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노인에 대한 존중은 당연한 일이다. 남을 배려하라는 말조차 강요와 강압이 될 수 있는 시대다. 남을 배려하는 것은 사실 선택에 가깝다. 그러나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필수가 돼야 한다.

노인공경과 여성우대 등 각종 차별을 유발할 수 있는 말들 역시 사람 존중이라는 배경 없이는 의미가 퇴색된다. 남성들도 젊은이들도 어린아이들도 모두 존중받아 마땅한 인격체들이다. 노인이라서, 여성이라서 우대받길 원한다는 사고방식은 불쾌감만 유발할 뿐이다.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가족 간이든 사람 존중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노인들이 공경받길 원한다면 젊은이들을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 여성들이 우대받길 원한다면 남성에게 같은 무게의 권리를 주고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할 줄도 알아야 한다.

노인공경이나 여성우대는 과거 약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들이다. 하지만 사회적 시스템이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아닌 역차별을 한다고 느껴질 때 이러한 말들은 오히려 사회를 분리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말로 변질될 수도 있다.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역시 사람 존중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나 사회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일방통행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필수적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사람 존중’, 내가 귀한 만큼 남도 귀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