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녀벌레의 천적 ‘선녀벌레집게벌’, 생물 방제 기대
국내 월동 가능… 안정적 정착 및 방제 효과 지속 위한 연구할 예정
2022-06-01 전승완 기자
[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농촌진흥청은 외래해충인 미국선녀벌레 방제를 위해 외국에서 도입한 천적 ‘선녀벌레집게벌’의 국내 월동을 확인하고, 미국선녀벌레와 활동 시기가 맞아 생물적 방제에 활용할 수 있음을 관찰했다고 1일 밝혔다.
북미가 원산인 미국선녀벌레는 먹는 식물이 다양해 농경지와 산림을 이동하면서 콩, 옥수수, 단감, 인삼 등 작물에 피해를 준다. 작물의 양분을 빨아들여 시들게 하거나 고사시킬 수 있으며, 감로(일종의 배설물)를 분비해 상품가치를 떨어뜨리는 ‘열매 그을음병’을 일으킨다.
미국선녀벌레는 지난 2009년 서울과 밀양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전국으로 확산 중이며, 지난해에는 112개 시·군 1만700ha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선녀벌레를 효과적으로 방제할 천적이 없어, 농촌진흥청은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과 국제협력사업을 통해 미국선녀벌레의 천적으로 효과가 뛰어난 ‘선녀벌레집게벌’을 지난 2017년 도입해, 국내에서 증식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선녀벌레집게벌은 미국선녀벌레의 애벌레를 잡아먹거나 애벌레 몸 밖에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그 속에서 기생하는 천적곤충이다.
미국선녀벌레에 만든 기생 주머니에서 살던 선녀벌레집게벌 애벌레가 주머니 밖으로 나오게 되면 미국선녀벌레 애벌레는 죽는다. 밖으로 나온 선녀벌레집게벌 애벌레는 식물 잎 표면에 투명한 껍질을 만들어 뒤덮고 지내다가 성충이 돼 나온다.
일반적으로 곤충의 생활사는 사는 곳의 기후와 온도, 광주기 등 환경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국선녀벌레의 국내 활동 시기와 선녀벌레집게벌의 국내 월동 여부, 활동 시기를 확인하는 것은 생물적 방제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선녀벌레는 아까시나무 등의 껍질에서 알로 겨울을 나고, 5월 중순 이후 부화해 농작물에 피해를 주다가 7월 하순에 성충이 돼 다시 나무껍질에 알을 낳고 월동에 들어간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경북 안동, 전북 완주 등에서 관찰한 결과, 선녀벌레집게벌은 전년도 잎 표면에 만든 고치에서 애벌레로 겨울을 나고, 6월 상순에 약 70% 이상이 성충으로 발생했다.
이는 미국선녀벌레 애벌레가 부화하고 약 2주 뒤 먹이와 기생할 숙주가 충분한 상태에서 선녀벌레집게벌 성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충분히 미국선녀벌레 천적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 김현란 과장은 “앞으로 선녀벌레집게벌에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은 미국선녀벌레 방제 약제를 선발하는 등 방사한 천적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 생물적 방제 효과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충북 충주 살미면에서 약초류를 재배하는 문형관 농업인은 “미국선녀벌레가 산림 내 재배지와 주변 산림에 발생하면 방제가 매우 힘들다”면서 “선녀벌레집게벌을 방사해 개체 수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생물적 방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