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경제]갈 길 먼 韓 인공지능…“양적 성장보다 질적 발전 시급”

미국과 AI 기술 격차 1.8년…중국 발전과 대조 특허·논문 수 대비 성과 적어…제도 개선 절실

2021-06-01     정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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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국내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초거대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진흥책을 내놓고 있지만 세계 AI 강대국 수준까지 오르기엔 남은 과제가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네이버·SK텔레콤·KT 등 국내 굵직한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들이 차세대AI 기술 확보에 나섰다. 분야별 데이터를 분석하는 현재 수준을 넘어 추론·창작 영역까지 구현이 가능한 기술을 만들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네이버·KT는 카이스트(KAIST)와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산학협력을 강화한 모습이다.

정부 역시 차세대 AI 원천기술 개발 사업에 향후 5년간 3018억원을 투입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8월 신청한 '차세대 인공지능 핵심원천기술개발 사업'이 4월 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 내년부터 추진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민관이 협력해 초거대AI 구현에 나섰지만, 미국·중국·유럽(EU) 등 기술 강대국 수준에 오르기엔 갈 길이 멀다. 초거대AI를 구현하기 위해선 딥러닝 알고리즘·데이터 처리 기술·연산 속도 구현 등 다양한 기반 기술이 축적되어야 한다. 국내 AI기술은 질과 양면에서 모두 부족하단 평가를 받고 있다.

학술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와 카이스트(KAIST) 혁신전략 정책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출원된 AI 기술 특허는 6317건에 그쳤다. 중국이 9만1236건을 기록하며 세계 특허의 60% 이상을 차지,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미국(2만4708건), 일본(6754건)에 이어 4위다.

우리나라는 특히 특허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특허인용지수(CPI)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린 특허가 드물다는 의미다. CPI 상위 10%에 드는 특허 비율은 미국이 43%로 1위, 캐나다가 26%로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8%에 그쳤다. 연구팀은 양적인 성장보다 기술력 기반의 질적인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허뿐 아니라 논문에서도 선도국가들과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AI 관련 논문 건수는 6940이다. 조사 대상 91개국 가운데 논문 수는 세계 9위에 올랐지만, 편당 인용 건수는 3.8회로 31위에 불과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AI 분야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런 국내 AI 개발 현황을 두고 “투자와 특허, 핵심 인재 수 등이 AI 선진국 대비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 제약하는 개별법 정비와 핵심 인력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은 미국의 80.9% 수준으로, 1.8년의 기술격차가 수년째 좁혀지지 않고 있다. 중국이 국가 차원의 투자 및 지원정책으로 2016년 71.8% 수준에서 2020년 85.8%까지 기술 수준이 높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업종별로 데이터 활용을 차등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고 의료법 등 관계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집중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비자 요건 완화·학과 정원규제 유연화 등 핵심 인재를 위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