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의 봄’은 누가 만드는가?

고향세 반드시 필요하다

2021-06-02     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교수 김성만
농협중앙회
[매일일보] 얼마 전 퇴임한 선배교수가 특강을 위해 우리교육원을 찾았다. 장교로 전역한 그 선배는 사병으로 전역한 나보다는 제약이 덜해서 소속부대 인근을 더 많이 살펴봤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담소를 나눴고, 그중에 “퇴직 후 시간이 나서 근무하던 군부대 인근을 돌아 봤는데, 옛날의 좋았던 풍경에 대한 환상이 깨져서, 가지 않음만 못했다”는 말을 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보이던 기억이 생각난다. 이유인즉슨 부대주변의 많은 개발로 인해 환경이 많이 파괴되어, 예전의 고향 같은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서울주변의 군부대의 경우는 부대 인근까지 아파트가 들어서 둘러싸인 곳도 있다.   2020년말 기준 국내 주민등록상 총인구는 5,183만 명으로 집계됐지만, 이 가운데 약 70% 이상이 수도권·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나 학업 상 실거주 인구를 감안하며 그 비율은 더 상승하리라 본다. 반면, 지방은 소멸할지도 모른다. 지방시·군 특히, 농어촌지역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한 지역의 젊은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값(지방소멸 위험지수)으로 따져본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46%가 소멸 위험에 놓여 있으며, 이 중 92%가 비수도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소멸 위기를 어떻게 하면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 법안 중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도 속도를 더디게 하는 방안 중 하나가 일명 '고향세' 도입이다.  고향세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확충을 위해 그 지역 출신자 또는 인연이 있는 사람 등이 기부금을 내면 세제 혜택을 주는 '고향사랑 기부제도'를 줄여서 통용되고 있다. 고향세를 내면 이듬해 연말정산에서 소득세를 돌려주는 등 국세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논의 중이다. 이렇게 해서 지방과 농어촌의 재정을 확보해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고령화 속도가 급격한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 일본은 2008년부터 후루사토세(고향세)를 도입했다. 자신의 고향이나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또 기부금을 받은 자치단체에서는 답례로 쌀과 과일을 비롯해 쇠고기와 전복, 버섯 등 임산물까지 다양한 지역 농·특산물을 기부자에게 제공한다.  일본의 통계를 보면, 고향세를 도입한 첫해에는 기부액이 81억 엔(831억 원) 수준에 그쳤다. 제도 시행 10년이 지난 2018년에는 실적이 5,127억 엔으로 우리 돈 5조 3천억원(2021.5월 환율기준)에 달했다. 즉 63배가 증가한 것이다.  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는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기부한 건수는 2,322만 건으로 430배나 늘었다.  이 제도는 열악한 지방 재정에 보탬이 되어 국가의 균형발전과 아울러 상대적으로 열악한 1차 산업 특히, 지역농산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농가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16년 구마모토현에서 지진 발생 시 전년보다 8배가 증가한 고향세가 모금되었으며,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을 돕고자 하는 도시민의 응원으로 기부금이 전년보다 늘어난 지자체가 74%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고향세는 재난 지역의 위기 극복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등 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기부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고향세 법안통과가 많이 지연되고 있다. ‘이유 없는 무덤은 없다고’ 여러 가지 이유는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괄목할만한 사례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좋은 제도를 조기에 시행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기 까지 하다.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고향세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무산됐다. 현 정부에서는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고향세제도 관련 법안은 여러 건 발의됐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법안이 논의된 지 10년이 훨씬 지났다. 시행해보지도 못하고 갑론을박 하다가 날이 샌 격이다. 그 결과 농어촌지역은 소멸이란 극단적인 시련에 맞닥뜨렸다. 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국회에서 ‘코로나19’ 대응처럼 초당적으로 협력해야하는 이유이다.  하루빨리 고향세법안의 국회통과와 시행으로 지역 간 균형발전과 특히, 농산물 유통이 활성화 되서 농업인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길 기대해 본다.  ‘고향의 봄’은 누가 만드는가? 고향을 떠난 각자가 일조(一助)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교수 김성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