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조국 책은 반론요지서”...조국 “자기방어 힘쓸 것”
'법적으로 무죄...도덕적 반성' 조국 입장 대변
野 "깃털보다 가벼워 보이는 진정성 없는 사과"
2022-06-02 조민교 기자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2일 4.7 재보선 참패를 부른 민심을 경청한 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 사태'에 반성문을 냈지만 도덕적 차원의 반성에 그쳤다. 송 대표는 도덕적 반성에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특정하지 않은 채 "우리 모두의 반성"을 외쳤다. 법적으로 무죄라는 주장과 함께 특권층의 관행을 따른 데 대한 도덕적 반성에 그쳤던 조 전 장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송 대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두고도 자기방어를 위한 "반론 요지서"로 평가했다. 송 대표의 반성이 끝나자마자 조 전 장관은 "자기방어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 송영길 "법률 저촉안돼도 청년 좌절"
송 대표는 이날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 내 온정적 목소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두 측면이 있다"며 "법률적 측면은 검찰의 가혹한 기준으로 기소돼서 법정으로 다투는 것이고, 그 문제와 별개로 (또 다른 측면은) 우리 스스로 기득권에 안주해서 자녀 교육과 입시문제에서 공정 가치를 훼손해 청년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도 (이 부분으로) 수차례 본인이 사과한 바 있고 일맥상통하다고 본다"고 했다.
송 대표는 이에 앞서 대국민 보고에서도 "법률적 문제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의 기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 비리와 검찰 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어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도 수차례 공개적으로 사과했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와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 하듯 스펙 쌓기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고 했다.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조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문제는 인턴 품앗이 정도에 그친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법적으로 문제 없으나 도덕적인 면에서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준 데 대해 반성하자는 취지다.
❚ 조국 "사과 여러번 했다...이젠 자기방어"
송 대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조국의 시간' 출간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의 책은 일부언론이 검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기하여 융단폭격을 해온 것에 대한 반론 요지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일방적인 여론몰이로 인해 자기방어을 위한 회고록 출간이 불가피했다는 민주당내 '조국 옹호론'을 그대로 답습한 발언이다. 송 대표는 "조국 문제는 법률적 측면과, 법에 저촉된 것이 아니라도 자녀 입시 관련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한다"며 "조 전 장관도, 이해찬 전 대표도 사과했던 문제다. 비단 조국만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세대가 함께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들의 사전 회의를 통해 (이 같은 입장정리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송 대표의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조국의 시간'에는 물론 그 이전에도 저는 같은 취지의 사과를 여러번 하였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제 저를 잊고 부동산, 민생, 검찰, 언론 등 개혁 작업에 매진해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저를 밟고 전진하시라"며 "저는 공직을 떠난 사인으로, 검찰의 칼질에 도륙된 집안의 가장으로 자기 방어와 상처 치유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 野 "깃털보다 가벼운 사과...눈치보기"
야권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보궐선거로 민심을 확인한 지 두 달이 다 되어서야 송 대표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국민에 대한 존중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라며 "조국 사태를 비롯해 역사의 아픔을 이용한 윤미향 의원,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 LH 투기 및 관평원 특공 논란 등 이 정권 자체가 부정의와 불공정의 집합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대통령의 약속은 희대의 거짓말로 희화화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야권인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 또한 논평을 통해 "참새의 깃털보다 가벼워 보이는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조 전 장관에게 엄중히 ‘자중하라’는 한 마디가 먼저였다면, 눈치보기 보여주기식 기자회견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비쳤을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