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진단도구로 14년간 작물 피해 6570억 원 절감

총 10작물 바이러스 17종, 영농현장서 2분이면 감염 여부 확인

2022-06-05     전승완 기자
고추
[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농촌진흥청에서 개발·보급 중인 ‘원예작물 바이러스 진단도구(진단키트)’가 영농현장에서 2분이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농작물 피해 예방과 안정 생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2020년까지 14년간 진단키트 보급에 따른 바이러스병 피해 절감액은 약 6570억 원에 달하며, 진단키트 국산화로 연간 1억 8000만 원의 수입대체 효과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매년 농촌진흥기관을 통해 전국에 보급하는 원예작물 바이러스 진단키트 보급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원예작물의 바이러스병은 아직 치료 약제가 없고 전염 속도가 빨라서 한 번 걸리면 자칫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물을 신속히 제거해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방법이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보급하고 있는 진단키트는 영농현장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작물의 잎을 따서 으깬 후, 즙을 진단키트에 떨어뜨리기만 하면 된다. 진단키트에 한 줄이 나타나면 음성, 두 줄이 나타나면 양성으로, 2분 이내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진단키트는 총 10개 작물(수박·오이·멜론·호박·참외·고추·토마토·가지·상추·배추)에 발생하는 바이러스 17종을 진단할 수 있으며, 바이러스 진단 정확도는 95% 이상이다. 지난 2007년 1080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무상 보급한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지난해까지 총 17만5836개에 이르며, 올해도 1만8000점을 보급했다. 

특히 올해 보급 물량 중에는 고추에 문제가 되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 오이모자이크바이러스, 고추모틀바이러스, 고추약한모틀바이러스 4종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다중진단키트’가 포함돼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다중진단키트는 단일진단키트를 이용할 때보다 진단 시간을 6분 단축할 수 있고 비용도 17% 줄일 수 있다.
 
한편 바이러스 진단키트의 개발·보급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키트의 바이러스병 피해 절감액은 지난 2007년 40억 원을 시작으로 2010년 264억 원, 2015년 605억 원, 2020년 696억 원 등 지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 14년간의 절감액을 합하면 약 6570억 원에 이른다.

수입에 의존하던 진단키트의 국산화를 통해 얻은 수입대체 효과는 연간 1억 8000만 원에 달한다. 특히 평균 1만 3000원 정도 되는 외국산 진단키트와 비교해, 국산 진단키트는 3000원 정도로 비용을 77% 가량 절감시켰다.
 
경기 성남에서 10년째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김재환 씨는 작년에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를 초기에 발견하지 못해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잎이 말라 죽거나 토마토에 반점이 생기고 기형으로 달리면서 수확을 거의 못했다. 

김 씨는 “지금은 의심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바로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진단키트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신속히 조치하고 있다”며 “올해는 진단키트 덕분에 바이러스병 걱정을 좀 덜 수 있었고 피해도 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특작환경과 조인숙 농업연구사는 “앞으로 채소는 물론, 화훼·약용 작물까지 바이러스 진단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며 “바이러스병 예방은 신속한 진단이 생명인 만큼 좀 더 빠르고 간편한 키트를 지속해서 개발·보급해 농가 피해를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