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준석의 숙제는 ‘여혐 프레임’ 극복

2021-06-07     송병형 기자
송병형
불과 며칠 뒤면 국민의힘 당 대표가 결정된다. 한국 현대 정치사 초유의 36살·0선의 제1야당 대표가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당 대표 경선 초반부터 불기 시작했던 이준석 돌풍이 잠시 불고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 태풍으로 진화 중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돌풍은 MZ세대로 불리는 2030의 지지에서 비롯됐다. 특히 이대남으로 불리는 20대 남성들의 열광적 지지가 이준석 돌풍의 실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는 이대남들의 목소리에서도 확인된다. 부산의 대학생인 조모씨는 “정치에 대한 지난 9년간의 쌓이고 쌓인 실망감의 종식”을 말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정농단 사태와 태극기 부대의 퇴행적 행태, 그리고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주저하는 보수의 모습은 조씨에게 ‘보수=꼰대’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이어 촛불정부를 자처하며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조씨에게 조국·윤미향·김상조 등등 내로남불 화신들의 정권으로 인식됐다고 한다. 그렇게 꼰대 보수와 내로남불 진보로 인해 한국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접은 상황에서 이준석의 부상은 이대남에게 “드디어 말이 통하는 정치인의 등장”이었고 “숨통이 트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대학생인 김모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촛불정국 이후로 2030들이 이렇게 정치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경기도의 대학생 이모씨는 “이준석으로 인해 보수는 꼰대라는 인식이 깨지고, 이제 그 꼰대 이미지가 진보의 전유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대남의 열광적 지지 만큼이나 반작용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당장 이대남의 윗세대인 30대 남성부터 결이 다른 평가가 나온다. 서울의 회사원인 임모씨는 “이준석의 과격하고 급진적인, 공격적인 태도가 대한민국 2030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 또 “이준석의 발언들이 여성들의 남성 혐오를 불러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 2030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준석에 대한 비토 목소리가 높다. “안티 페미니즘 정서를 이용하는 포퓰리스트”(서울의 20대 취준생 성모씨), “정치적 화력이 강한 특정계층(이대남)을 대표하기 위한 강한 언행은 트럼프 닮은 꼴”(서울의 20대 회사원 김모씨), “남초 커뮤니티가 키운 인물”(경기 용인의 30대 회사원 박모씨) 등 다수의 목소리가 그렇다. 이준석으로선 억울한 일이다. 그가 저격한 페미니즘은 정상적인 페미니즘이 아닌 왜곡된 페미니즘이고, 그가 당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강조한 대로 ‘여성 혐오’ 발언은 실제 발언이 아닌 프레임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실제 행동과 사고방식, 그리고 삶의 실체와는 무관하게 그 사람이 남에게 보여주는 태도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남들의 판단을 좌우한다. 실제 ‘A씨는 따뜻한 사람이다’ 또는 ‘A씨는 차가운 사람이다’라는 상반된 평가 하나가 A씨라는 한 개인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이준석의 공격적이고 차가운 태도가 ‘여혐 프레임’을 자초한 것은 아닐까. 새로운 정치역사를 쓰고 있는 이준석이라면 ‘단정하고 섹시하게 입으라는 거냐’라고 푸념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