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잇단 수주에도 수익성 개선 ‘물음표’ 

올해 상반기 이어 하반기도 후판 가격 인상 전망 수주 행진에도 원가 부담 가중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 

2021-06-08     박주선 기자
대우조선해양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잇단 수주에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철광석 가격 인상에 따라 선박용 후판 가격 역시 오르고 있어서다. 주요 철강사들은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후판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와 조선사는 오는 7월부터 하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은 지난 2016년 이후 4년 만에 톤(t)당 10만원의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철강업계가 요구한 t당 15만원 인상과 조선업계가 요구한 7만원 인상 사이에서 합의한 것이다. 하반기 역시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은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탓에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는 입장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12일 톤당 237.5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190달러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불과 지난해 5월 톤당 91.63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2배 이상 급등한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 상반기 보다 하반기 인상 폭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조선업계는 중장기 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최근 월간 보고서를 통해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선박 신조 발주가 침체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2023년부터 2031년까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선박 발주가 증가하는 중장기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조선 3사는 올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와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현재까지 130척(해양 2기 포함), 112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149억 달러)의 75%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목표치인 91억달러의 65%를 달성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총 26척을 수주해 올해 목표(77억달러)의 약 35.6% 달성했다. 하지만 조선사들의 수주 릴레이에도 정작 수익성 개선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는데, 후판 가격 인상은 즉각적인 비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수주 성과는 업종 특성상 1년 반에서 2년 뒤 매출로 반영된다.  조선 3사는 이미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조선해양은 6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4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5068억원, 21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작년 국내 조선업계 수주의 75.2%가 4분기에 집중됐고 연초 가이던스 대비 평균 달성률이 67.3%에 불과해 올해 매출 부진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예견된 상황”이라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후판가격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존재해 원가 부담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