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사상 최초로 기업 대표가 직접 나서 자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가스총을 발사한 ‘총기난투극’이 발생했다. 바로 19년 전통과 65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상조업계 선두기업 보람상조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특히 이 회사의 수장인 최현규 대표이사 스스로가 조합원을 상대로 일으킨 문제인 만큼, 내부에서도 최대한 조용하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분위기다.
보람상조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4시반께, 최현규 대표이사가 10여명의 직원들을 대동하고 노조가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던 경기도 의정부 소재의 보람장례식장을 찾아왔다.당시 조합원들은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보복성 인사발령 철회 등을 요구하며 같은 달 28일부터 보람장례식장에 모여 파업을 벌이고 있었고, 이에 최 대표가 파업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것이다.이 과정에서 양측 간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때 분을 이기지 못한 최 대표가 조합원들의 얼굴을 향해 약 5발 가량의 가스총을 발사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이날의 소동으로 경기도 시흥에서 보람상조의 장의차량을 운전하는 임근구씨를 포함한 5명의 조합원이 눈과 얼굴에 파편이 박히는 등의 상해를 입었으며, 최 대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이와 관련 한 노조 관계자는 “보람상조는 TV광고 등을 통해 고객들을 위해 봉사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속에 직원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와 같은 많은 문제점을 숨기고 있다”며 “사측은 직원들이 뜻을 모아 지난 6월 노조를 설립하자 무더기 계약해지, 타 지역 전보발령 등 노동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장의차량을 운행하는 승무원들은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의 계약지 근무를 강요당하는 등 최소한의 고용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근로자라면 누구나 적용받는 근로기준법상에 명시돼있는 주40시간 근무, 연월차 등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24시간 대기근무상태다. 이런 반면 임금은 생계가 어려울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보람상조 관계자는 “경찰조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에서 최현규 대표의 가스총 발사 사건에 대해 섣불리 언급할 수 없다”며 “당시 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직원들에 대해서는 진단서를 검토한 후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노조측이 주장하고 있는 보복성 인사 발령, 야근수당 미지급 등은 사실과 다르다. 또 전체 직원 중 극소수만이 가입한 노조의 주장은 대표성을 띤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도 “앞으로도 노조의 대화요구에는 응할 것이고 합의점을 도출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보람상조노조는 지난 6월 13일 66명의 조합원 수를 확보하고 출범했으나 17명의 조합원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보람상조 이부길 지부장은 “최현규 대표가 직접 나서 조합원들을 상대로 온갖 회유와 협박을 일삼으며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가스총 사건을 계기로 조합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주장했다.기업 대표이사가 파업중인 노조원을 향해 가스총을 발사한 사상 초유의 사태를 연출한 보람상조,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보람상조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