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공사, 문화재 등재 미확인 실수로 230억 혈세 날려
덕수장씨 묘 사적지 등록 간과…민간건설사에 위약금 및 지연이자 물어줘
23일 LH와 심우종합건설(이하 심우) 등에 따르면 A-13블럭 토지 분양 실패는 LH 측의 과실이 컸다.
LH는 지난 2007년 6월께 고양 삼송지구 공동주택용지 입찰을 추첨 방식으로 진행, 5만 135㎡ 달하는 A-13블럭의 낙찰자로 우미건설 관계사인 심우를 선정했다. 매매가는 1351억 7613만원.
심우는 낙찰받은 부지에 전용면적 85㎡ 이상 아파트 607세대를 지을 계획이었다.
A-13블럭은 삼송지구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신설 예정인 지하철 3호선 원흥역과 가깝고 교육시설용지와도 인접해 있어 입찰 당시 수십여개 업체가 경합을 펼칠 정도로 입지가 좋았다. 당시 늦어도 2010년 6월(토지사용시기)이면 일반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심우는 낙찰 이후 전체 매매대금의 10%인 계약금(135억원)을 비롯해 2009년 6월까지 중도금 876억원을 5차례에 걸쳐 납부, 총 1015억원을 냈다.
그런데 A-13블럭은 문화재청이 앞선 2006년 2월께 인근의 서삼릉 문화재구역을 확대하면서 사적으로 추가 지정된 덕수장씨(의친왕 생모) 묘와 약 250m 거리에 있었다. 이는 건설공사에 문화재청장의 허가가 필요한 곳임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LH는 건설공사 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채 입찰을 강행했고, 이 같은 사실을 입찰 참여기업과 낙찰기업인 심우에게조차 고지하지 않았다.
뒤늦게 이를 인지한 LH는 2008년 11월 문화재청을 상대로 덕수장씨 묘의 사적 제외를 요구했지만, 끝내 반려됐다. LH는 덕수장씨 묘가 남양주 홍유릉으로 이장돼 묘터만으로는 문화재 가치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심우는 2010년 2월 LH를 상대로 낙찰 취소와 납부대금 및 위약금 반환을 요청했고, 같은해 4월 법원에 매매대금 반환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심우의 완승이었다. 1심 재판부는 2010년 12월 LH가 위약금을 뺀 매매대금(1015억원)과 5% 지연이자를 포함해 113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다시 심우는 위약금 230억여원을 돌려달라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LH에 위약금 117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LH와 심우간 맺은 매매계약서 6조에 적시된 ‘을(LH)의 책임으로 토지사용가능시기가 6개월 이상 지연될 경우 갑(심우)은 협약을 해제할 수 있다 ’는 조항을 근거로 LH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업이 무산된 만큼 심우에게 매매대금을 반환하도록 했다.
이어 2심 재판부는 ‘갑 또는 을의 책임질 사유 없이 이 협약의 순조로운 이행이 상당기간 지연되거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을은 수납금액과 이자를 반환하고 위약금으로 선수보증금을 지급한다’는 매매계약서 10조 5항에도 해당한다며 위약금을 추가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결국 LH는 사적지 확대 여부를 미확인한 부주의로 인해 235억원에 달하는 혈세만 낭비한 셈이다. 반대로 심우는 농협중앙회로 빌린 PF대출 이자를 제외하고서도 최소 100억원 이상의 공돈을 벌어들였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사업지가 2004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이후 고양시 도시계획과 자체 사업계획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문화재청도 사적 정리를 하면서 개별법 간 충돌이 일어난 것”이라며 “LH는 기본 계획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