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우주길 열렸다
미사일·우주 발사체, 작동 방식 대동소이…장벽 해제로 다양한 활용
발사 경제성 확보하면 한국판 ‘스페이스X’ 나올 수도
2021-06-10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는 군사용 미사일 개발은 물론 정부와 방위산업체들의 우주 개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면서 거리·무게 제한 해제 외에도 군사·비군사 발사체 기술 장벽이 해제됐다.
이는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우주개발용 로켓·위성 등 기체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미사일과 우주발사체는 목적지가 다를 뿐 거의 비슷한 원리로 작동된다. 두 분야 간의 전용 제한이 해제되면서 정부와 방산업체는 기존 기술을 포함한 신기술을 필요에 따라 양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게 돼 사업적 탄력성을 가지게 됐다.
미사일 관련 정부 발주가 시작되면 탄두, 발사체, 추진체 등을 제작하는 방산업체들은 모처럼만에 분주해질 전망이다. 지대지 미사일을 주로 만드는 ㈜한화와 자체 동력으로 목표 지점까지 날아가는 크루즈미사일에 특화된 LIG넥스원의 사업 수주가 예상된다.
통상 미사일 하나를 제작하는 데 구동, 날개, 엔진 등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 최소 100여개 이상 기업의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혜 기업 범위는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우주 발사체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한국판 ‘스페이스X’도 가능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우주 로켓 등 발사체는 우주 산업에서 사람·위성·화물을 우주로 운송하는게 목적이다. 발사 비용을 낮추는 등 발사체 기술이 고도화될 경우, 다양한 파생 산업이 생기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를 이용해 발사 단가를 낮춘 결과,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 ‘스타 링크’ 등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우주 산업 전반에 참여하고 있는 한화그룹과 항공우주산업(KAI)이 민간 우주산업 시대에 활약이 기대된다.
한화는 오는 10월 발사될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액체엔진 개발을 주관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영상레이더 등 위성탑재체, 위성안테나, 통신단말기 등 지상체를 개발 중인 한화시스템이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초 국내 인공위성 벤처기업인 쎄트랙아이를 인수해 독자적인 위성개발 능력 또한 보유한 상태다.
한화는 고체로켓 분야에서 추진기관, 항법장치에서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누리호 전체 조립을 맡은 KAI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분야에서 기존 정지궤도 복합위성 제작시 80% 이상 국산화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의 기반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9일 ‘제19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민간 주도 고체연료 로켓 개발과 발사장 구축 등을 다룬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수정(안)’을 확정했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한미 위성항법 협력이 이뤄지면서 후속조치 내용을 우주개발계획에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