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판은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실패다 '오염된 재판'

허점투성이 과학수사가 만들어낸 250명의 오판 피해자들 결백이 입증되지 않은 '무고한 사람들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2022-06-14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백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없게 해야 한다"  신가 <오염된 재판>은 형사사법절차 개선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 브랜던 L. 개릿(Brandon L. Garrett)의 저서로, 과학수사의 오류로 잘못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DNA 검사에 의해 결백을 입증받은 최초의 오판 피해자 250명을 조사한 르포 사례집이다. 언론에 보도된 주요 소송에서 여러 차례 무죄를 이끌어낸, 국내 형사사법절차 개선 전문가 신민영 변호사가 번역했다.
우리가 신뢰하는 과학수사 시스템이 어떠한 치명적인 허점들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 지적하는 이 책은 ‘헌법 프로젝트(Constitution Project)’에서 헌법 해설상을, ‘미국 변호사 협회’의 실버 가벨상에서 명예 가작을 수상했다. 또한 미국 대법원, 하급 연방법원, 주 대법원뿐 아니라 캐나다, 이스라엘 등 각국 법원과 정책기관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언론·변호사협회의 필독서로도 회자되고 있다. <오염된 재판>은 출간 즉시 화제가 되며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대만, 중국에서 번역‧출간되었다. 신민영 변호사 또한 일찌감치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보고 미국에서의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한국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판단하여, 마음이 맞는 출판사를 찾아 열의를 갖고 번역‧출간을 진행하게 됐다. 이 책 <오염된 재판>에는 살인 사건에 휘말려 거짓 자백을 강요받아 13년 넘게 교도소에 살아야 했던 사람, 목격자의 부정확한 진술에 의해 강간범으로 잘못 지목된 피해자, 경찰과 검사의 증거 은폐로 결백을 입증하지 못한 무고한 의뢰인 등의 충격적인 실제 사례들이 면밀한 분석 및 통계 자료와 함께 담겨 있다. 형사사법제도의 실효성과 법과학의 신뢰성을 되짚는 이 책은 오판 연구가 상대적으로 드문 한국에 꼭 필요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범인을 지목하는 것만큼이나 무고한 사람을 지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를 속인 '가짜 과학수사' 그리고우리를 살릴 '진짜 과학수사'의 내막  저지르지 않은 죄로 평균 13년을 감옥에서 살며 무죄를 입증받기 위해 평균 15년을 싸우다가, 급기야는 사망한 후에야 결백을 입증받는 오판 피해자들의 악몽 같은 현실. 왜 과학수사는 이들이 무고하다는 것을 밝혀내지 못했을까? 故손정민 씨 실종 및 사망 사건,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과 친모 논란 등 최근 연일 헤드라인에 떠오르는 국내 형사사건들의 쟁점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과학수사'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해감에 따라 앞으로 더 이상의 오판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며 이를 다루는 사람에게 실수가 있는 한 오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과학’수사라고 해도 그 증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제도적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염된 재판>은 이러한 지점에서 프로파일링을 비롯한 과학수사를 맹신하는 한국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