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文정부를 반면교사로
2022-06-20 송병형 기자
바야흐로 대선의 시간이 시작됐다. 흔히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이 ‘회고적 투표’를 하고, 대선에서는 ‘전망적 투표’를 한다고 한다. 대선주자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선주자라면 누구나 미래 비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분석을 토대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 화려한 수사가 아닌 정책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그 반면교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전 취임사에서 ‘평등·공정·정의’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당시 취임사에서 국정농단 사태로 분노한 국민에게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해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문재인과 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고 한 약속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만큼 당시 대한민국이 ‘나라답지 못한 나라’이자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나라’였다는 현실 인식에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또 “대통령부터 신뢰받는 정치를 솔선수범해야 진정한 정치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임기 중 상당기간 대선 득표율을 뛰어넘는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이 같은 약속을 지켜달라는 국민적 응원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의 이런 약속이 지켜졌다고 평가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4.7 재보선에서 드러난 엄혹한 민심은 이를 방증한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하나같이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외치고, 여권의 선두주자마저 ‘공정’ 가치 실현을 자신의 브랜드로 만드는 일에 열심인 이유가 무엇이겠나. 평등·공정·정의를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이 가치들이 훼손되고 상식마저 무너졌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시대의 퇴행’을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이야기다.
정책 공약도 지켜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밀어붙인 정책은 고용시장, 특히 취약계층의 고용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는 비판이 많다. 일자리 상황판은 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묻지 않겠다. 하지만 현장의 민심을 듣고 있는지는 묻고싶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강남이란 구름 위에서만 사는 자들이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오손도손 살고 있는 자영업과 서민들의 생태계를 순식간에 망가뜨려 버린 것”이라는 어느 카페 사장의 혹독한 비판이 나왔다.
그는 심지어 “우리 자영업자들에게 문재인 정권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대재앙” 또 “양의 탈을 쓴 늑대마냥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들로 포장해서 정권 잡고 실제로는 소상공인과 서민을 도탄에 빠뜨린 정권”이라는 독설까지 날렸다. 지나치게 과도한 비판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떤가. 과연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이 병존할 수 있는 정책인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