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대학시절 강의실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일은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발표’라는 것 자체가 생소했던 나에게 매끄럽고 훌륭하게 발표를 해내는 친구들은 동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강의실에 밤늦게까지 5분짜리 발표 내용을 계속해서 반복하던 친구의 모습을 본 날 이후, 부러움은 나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돌아왔다. 훌륭한 발표를 해내던 친구는 자신의 과제를 잘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과 연습을 해왔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지독한 연습벌레가 되었고,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사내강사 발표대회 1위를 할 만큼 알아주는 프리젠터가 되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발표’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그리 친근한 단어가 아니었다. 학생들은 말하기보다는 수업을 잘 듣고 잘 적는 것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길이었고, 회사원들은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상사의 의견을 얼마나 잘 실행하느냐가 능력을 인정받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신의 생각으로 남을 설득시키고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은 ‘메라비언의 법칙’을 통해 효과적인 전달에서 내용의 중요성은 7%에 불과하지만 전달 방법, 표정, 태도 등 비언어적 요소는 93%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즉 메시지 전달에서 발표 방법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발표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연습’이다. 수많은 연습은 표정, 태도, 제스처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발전시켜 발표를 더 완벽하게 만들고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까지 가능하게 한다. 이름있는 프레젠터들은 내용 숙지는 물론이고 발표 현장에서의 발걸음, 시선, 손동작 하나까지 완벽하게 리허설을 한다.
수많은 연습은 발표 내용 뿐 아니라 발표자의 태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중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현장과 똑같은 상황의 연습과 경험이 반복되면 두려움이 줄어드는걸. 느끼게 된다. 발표자는 연습을 통해 자신의 발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감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이다.
물론 자신감과 완벽한 발표만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는 없다. ‘게티즈버그 연설’과 같은 수많은 명연설을 남긴 에이브러햄 링컨은 연설을 준비할 때 청중이 무엇을 듣고 싶을까를 생각하는데 준비 시간의 3분의 2를 사용했다고 한다. 명확한 메시지, 상대방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콘텐츠는 발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며,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기초재료이다. 하지만 링컨도 나머지 3분의 1의 시간에는 자신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했다.
스티브잡스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2007년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한 달 전부터 100시간이 넘는 리허설을 했다고 했다. 그는 명확한 메시지를 수많은 연습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중에게 전달했고, 대중은 열광했다.
발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완벽한 PPT를 작성하거나 관련 자료를 준비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그리고 실제로 전달하는 방법을 준비하고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 발표 현장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타고난 프레젠터는 없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서 당신의 메시지를 다듬고 더 나은 전달 방법을 찾아라.
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