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바디워시‧곰표 밀맥주’…펀슈머 제품들, 상표법 문제 없나

2021-06-21     기고
전소정

‘서울우유 바디워시’, ‘곰표 밀맥주’, ‘진로 방향제’, ‘매직 스파클링’, ‘딱풀 캔디’...이른바 펀슈머 마케팅의 일환으로 유명 브랜드의 희한한 콜라보가 유행이다.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이 제품들에 대해 안전상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 노약자, 술 취한 상태 등 인지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당 제품을 착각하고 섭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19년 사이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어린이 안전사고 통계를 보면 어린이들이 세제나 방향제를 삼키는 사고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에는 젤리 모양의 용기에 든 손소독제를 어린이들이 삼킨 안전사고가 11건이나 접수되기도 했다.

안전사고의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는데 현행법 8조,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행위의 금지’ 조항에 ‘식품이 아닌 상호, 상표, 용기 또는 포장과 같거나 비슷한 걸 사용해 오인, 혼동할 수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추가하자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상표법에서 이와 같은 형태의 상표 등록을 방지할 수 있을까.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2호는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는 등록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정상품이 ‘소주’인데 ‘보드카’라는 상표로 출원하는 경우, 지정상품이 ‘돼지고기’인데 ‘오리고기’라는 상표로 출원하는 경우가 본호에 해당한다. 펀슈머 제품 상표들에 대해서도 본 규정의 적용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을까. ‘서울우유’는 이미 등록된 상표이고 콜라보 업체들끼리 상표권 라이센스 문제가 해결되었을 것이기에 현실적으로 상표법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서울우유’가 이제 막 출원하는 상표라 가정한다면 ‘바디워시’ 상품에 대한 ‘서울우유’ 상표 출원은 본호에서 말하는 품질 오인의 염려가 있는 상표에 속해 등록 받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곰표’ 밀맥주는 ‘곰표’라는 상표 자체에서 밀가루를 연상할 수 없는 조어상표이기 때문에 상표법상의 품질 오인 염려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즉 본호의 적용 여부는 상표의 특성, 상표와 상품 간의 견련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펀슈머 제품은 기성 브랜드의 새로운 레트로 전략일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와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제품과의 콜라보로 재미와 신선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상품이 ‘식품’이나 ‘화장품’과 같이 인체의 건강에 직결되거나 상표 자체가 식품을 연상시킨다면, 광고 및 상표 등록의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함이 자명하다. 그 기준은 수요자의 안전과 오인 혼동을 방지할 수 있는 공익적 목적에 위배되는 지 여부이다.

2020년 12월 모 업체에서는 ‘딱풀’을 ‘식품류(제30류)’에 출원하여 현재 특허청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펀슈머 제품들의 상표 등록은 점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라는 사익적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소비자의 안전, 품질의 오인 혼동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을 함께 추구하는 심사의 균형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