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F&B, ESG경영 박차… 비용은 소비자에 ‘전가’
食업계 "ESG 제품 비용을 얼마나 부담하는지는 밝히기 어려워" "ESG경영 유행화·수익화 지양해야"…순수한 취지 퇴색될까 우려 "무라벨 제품 가격 올리면 소비자에게 마케팅 비용 전가하는 꼴"
[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동원F&B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하에 출시한 제품들이 기존 제품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의 주체가 된다는 ESG경영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동원F&B에 따르면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한 제품들이 기존 제품보다 높은 가격을 보이고 있다. 이들 제품은 동원F&B가 발표한 ESG경영 원칙에 발맞춰 출시된 것이다. 동원F&B는 최근 ESG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원참치와 동원샘물 등의 제품을 판매하는 동원F&B는 지난 16일 김재옥 대표 등을 포함한 사내이사 3명과 김용진 사외이사 등 4인으로 구성된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이 위원회는 친환경 매출 1000억, 연간 플라스틱 사용 15% 절감, 산업안전 보건경영 확립 등을 올해 3대 목표로 정했다.
이 같은 ESG경영 강화의 일환으로 동원F&B는 친환경 제품을 출시했다. 무라벨 생수 ‘동원샘물 라벨프리’와 ‘에코보리’ 등이다. 이들 제품은 기존 제품의 패키지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비닐 포장을 없앴다.
그러나 두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다. 라벨이 있는 ‘동원샘물(2L)’은 이날 기준 동원F&B의 자사 온라인몰 ‘동원몰’에서 가장 적은 묶음인 12병에 6480원이다. 동원샘물 라벨프리(2L)의 경우 6묶음으로만 판매하며 가격은 3980원이다. 12병를 구매하면 7960원이다.
에코보리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날 기준 동원몰에서 일반 ‘순백보리차(1.5L)’는 12병에 12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같은 용량과 수량의 에코보리차는 13500원이다. 두 제품 모두 국내산 보리 100%로 이뤄졌다.
동원그룹은 내달 친환경 신제품 ‘MSC 참치캔’ 출시룰 앞두고 있다. MCS 참치캔은 지속 가능한 어획 방식으로 잡은 참치로 만든다. 국제 비영리단체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에서 수산자원을 유지·보호하는 어획을 인증한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내달 친환경 제품으로 MSC참치캔을 비롯해 무항생제 우유와 달걀을 출시할 예정”이라면서도 “제품의 가격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친환경 제품이 일반 제품보다 비싸지만 ESG경영 측면에서 일부 비용을 기업이 부담해 가격 상승 폭을 줄이거나 관련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얼만큼 기업이 부담하는지는 밝히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 내에 전담 부서를 설립하고 전문 경영인이 ESG경영에 매진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라라면서도 “ESG경영을 일종의 유행으로 보고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SG경영의 순수한 취지 자체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무라벨 제품의 경우 사실상 상표를 제거하는 것과 같아 광고 기능이 떨어진다”며 결과적으로 기업의 마케팅 비용이 올라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무라벨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경우 마케팅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경우 ESG경영을 실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