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놓고 천정배-김종빈 '신경전'
김종빈 "비합리적인 부분까지 승복할 이유 없다"
2005-08-21 매일일보
천정배 법무부장관과 김종빈 검찰총장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천 장관이 지난 18일 긴급 간부회의에서 "구체적 사건에 관해 부당하게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고 정치권 등의 부당한 영향력을 막는 바람막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면서도 그러나 "적정하고 단호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지휘ㆍ감독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사건'에도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김종빈 검찰총장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부터다. 천 장관의 이 발언은 '대상 봐주기 수사' 논란에 대한 법무부 감찰위원회(위원장 김상근 목사)의 징계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천 장관은 인천지검의 대상수사에 대해“사회적 거악(巨惡) 척결이라는 검찰의 본분과 책무를 망각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매우 강도높은 질책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김종빈 검찰총장은 19일 즉각 "총장은 지휘가 내려와도 비합리적인 부분까지 승복할 이유는 없다"며 "장관은 총장을 통해서만 지휘를 할 수 있도록 검찰청법에 나와있다. 장관도 검찰을 지키고, 총장도 외부압력을 지키는 것이 임무다"라고 편치않은 속내를 나타냈다.검찰청법 제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책임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고 명시돼 있다.때문에 천장관의 발언은 장관으로서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안기부 X파일' '삼성 떡값 검사' '대상그룹 감찰 문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불거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법무부, 검찰 반발·정치개입 우려에 일단 수습
천 정관의 발언은 주요 현안 수사에 있어서 정치적 입김을 차단하기 위한 것일 수 있으나 오히려 정치적 입김을 강화시킬 우려까지 있는 부분이다.
정치입김으로부터 '검찰의 수사독립권'을 지키는 것이 검찰개혁인데 검찰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천 장관 발언은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김 총장 반발도 검찰 독립권 침해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법무부는 파문이 확산되자 "천장관이 앞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에 대해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권을 발동하겠다는 뜻은 잘못된 결정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장관의 의지다"며 "대상그룹비자금 사건과 같은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법무부는 그러나 "모든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고 지휘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검찰의 결정이 그릇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수사지휘를 하겠다는 뜻이다"고 강조했다.정치권은 이와같은 신경전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확대해석 차단을, 한나라당은 '관망적' 입장을 보였다.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 우윤근 의원은 "천 장관이 원칙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일부만 부각된 것이다"며 "천 장관은 검찰청법에 따라 주어진 권한대로 지휘감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사건이나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 주요 사건에 대해서 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우 의원은 "천 장관도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김 총장도 정치적 외압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확대해석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한나라당 법사위 간사 장윤석 의원은 "논란이 있을 것도 없다. 장관이 검찰의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 것이고, 또 검찰총장 입장에서는 그 지휘감독권이 부당하고 합리적이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며 "원론적으로 각자의 입장을 말한 것이다"고 밝혔다.한편, 참여연대 사법감시팀 박근영 팀장은 "원칙적으로 둘 다 틀린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검찰 간부 수사 등에 대해 신경전을 벌이는 것 같다"며 "검찰총장이든 장관이든 이번 수사에 있어서 불법 도청 뿐만아니라 내용에 대한 수사에도 임해야 하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폴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