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끝나지 않는 죽음
2022-06-24 매일일보
지난 17일 구조대장인 김동식 소방관은 화재 진압 도중 실종된 뒤 48시간 동안이나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9일 낮 12시 10분쯤 주검이 되어 동료들 품으로 돌아왔다. 그는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난지 2시간 40여분 만인 17일 오전 8시 19분쯤 큰 불길이 잡히면서 화마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진 뒤인 오전 11시 20분쯤 동료 4명과 함께 인명 검색을 위해 건물 지하 2층에 들어갔다. 그리고 못 나왔다.
우리 사회에서는 산재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 지난 9일 광주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하면서 17명이 사망 했으며,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가 일어난 이천에서는 2020년 4월29일 발생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로 38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어디 이것뿐인가.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45명 사망), 2018년 포항제철소 근로자 질식사 사고(4명 사망), 2017년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사고(29명 사망)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조금 더 시계를 돌려 보면,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8년 1월 7일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산재 사고들을 되짚다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사고 발생률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나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국민의 건강 수준 제고를 위한 건강 형평성 모니터링)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 발생률은 사업체 규모가 커질수록 낮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인구 1만 명당 115명으로 가장 높았고,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30명으로 가장 낮았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 발생률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사고 발생률보다 3.8배나 높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률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가장 높았다.
도대체 왜 우리 사회는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만 끊임없이 피해를 보는 것일까. 분명 대형 사고가 나면 모든 문제를 해결 할 것처럼 날뛰면서 언제나 해결 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어느 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38명 사망)의 1심 재판 결과를 소개 한다.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현장소장에게는 징역 3년 6월, 같은 업체 관계자에게는 금고 2년 3월이 각각 선고됐다. 또 감리단 관계자에게는 금고 1년 8월, 공사 발주처 관계자에게는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0시간 이수명령이 선고됐다. 이와 함께 하청업체 관계자에게는 벌금 700만 원, 시공사에는 벌금 30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 그리고 공사관계자 4명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