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5주년] 한미동맹, 신기술동맹으로 진화...미중갈등 난제는 여전

한미동맹 진화하며 쿼드참여 압박도 가중 中은 “잘못된 장단에 휩쓸리지 마라” 경고

2021-06-24     조현경 기자
2021년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동맹은 기존 안보동맹에서 경제·기술동맹을 포함한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진화 자체가 미국의 대중 전략의 일환이라 한국은 중국의 반발을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에 중국 자극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는 우리 정부가 안게 된 과제와 직결된 내용들이 담겨있다. 이대우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중국이라는 국가명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중국을 비판할 때 사용되던 용어와 문구와 공동성명 전반에 걸쳐 발견된다”며 “예를 들면 민주적 규범, 인권, 법치,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협의체), 남중국해 및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항행의 자유, 국제법 존중, 불공정한 무역관행 등의 용어가 공동성명에 자주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특히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저해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며 주변국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고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하였다’는 공동성명 문구를 두고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문구”라고 했다. 이 실장은 또 “한국은 (한미미사일 지침 해제로) 베이징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며 “중국으로서는 매우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 한미동맹을 두고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다”고 말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실장은 “포괄적 동맹으로 역할 확대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봤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을 대응기동군으로 전환해 투입한다는 의미다. 이 실장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강화될 수 있고, 이는 대북억제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한국에 쿼드 참여 압박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쿼드와 직결돼 있다. 미국이 한국의 쿼드 참여를 원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의 쿼드 참여를 압박하는 카드로 해석될 수 있다. 쿼드가 중국을 겨냥한 연합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명확한 성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특히 쿼드가 중국의 우려대로 반중 군사동맹으로 발전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은 “쿼드에 참여한 4개국이 중국 견제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나라마다 정치·경제 상황이 달라 대중국 전략은 상이하다”며 “쿼드가 나토 같은 다자안보기구가 될지 지역 협의체에 머물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소장은 이어 “가장 큰 이유는 인도의 모호한 태도 때문”이라며 “인도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에서 배제되었다는 피해 의식 때문에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하지만 포괄성 및 군사화 반대를 중요한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인도가 쿼드 협력에 관심을 더 갖게 된 중요한 이유는 중국과의 히말라야 지역 충돌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소장은 또 “만일 쿼드를 중국을 강하게 봉쇄하는 군사동맹으로 제시한다면 일본이나 호주조차도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쿼드가 중국을 겨냥한 나토식의 본격적인 군사협력체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중국은 한국에 노골적 경고 하지만 중국이 쿼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만일 한국이 쿼드에 참여할 경우 사드 사태와 같은 보복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 전까지는 사드 때와 같은 보복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중국이 한국을 인도태평양전략의 ‘약한 고리’로 여기는 만큼, 만약 보복을 가할 경우 한국이 되레 ‘강한 고리’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미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한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보복에 나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경고의 방식이 노골적이라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가를 앞두고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전화통화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정의용 외교장관에게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냉전적 사유로 가득 차 있고 집단적 대립을 일으킨다. 중국은 이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미국의 잘못된 장단에 휩쓸리지 말라”고 경고했고, 이를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까지 했다. 중국의 이 같은 노골적 경고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