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쌍용차에 취할 산업은행 전략

2021-06-27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KDB산업은행이 쌍용차 문제를 해결할지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기업금융지원을 위해 세워진 국책은행이다. 주된 역할은 개인금융보다 투자은행 역할에 치중돼 있다. 산업 육성이 태생 목적이다. 그런 산업은행은 본질에 맞게 기업을 지원해왔으나 부실기업을 살리는 과정에서 국고가 손실된 홍역도 여러번 치렀다. 지금 다시 쌍용차라는 풀기 어려운 난제 앞에서 산업은행은 염증 반응을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미 쌍용차에 수천억원을 대출해줬다. 쌍용차가 회생에 실패하고 청산되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쌍용차는 급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을 일부 팔았다. 현재 평가되는 자산가치에다 다른 채권자들 몫까지 고려하면 대출금을 메꾸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은행이 매몰찬 결정을 내리기엔 쌍용차의 종사자들 문제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쌍용차 해고자를 위로하고, 해고자 복직 문제로 정부와 노사가 시행착오를 겪은 숱한 노력이 부질없던 게 된다. 은행은 기업 대출에 앞서 기업가치와 재무사항, 브랜드, 특허 등 미래가치, 이자지불 능력 등 다양한 요소를 파악한 다음 결정을 내린다. 대출원금 회수에 대한 리스크는 물론 기업이 처한 문제를 극복할 해답도 제시할 수 있어야 벌지 브래킷(Bulge Bracket)같은 유수 은행 반열에 낄 수 있다. 산업은행도 쌍용차에 대한 대출에 앞서 그러한 분석과 내부 승인절차를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쌍용차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현 시점에서 판단은 일단 실패했다. 세금을 내는 국민이 투자자이고 산업은행이 운용보수를 얻는 펀드라고 치면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쌍용차와 같은 배를 타야 한다. 쌍용차의 청산보다 인수자를 찾아 회생의 길을 여는 게 산업은행으로서도 최선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매물로서 쌍용차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쌍용차는 2009년 강성노조인 민주노총 및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개별 기업노조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 11년간 분규가 없었다. 해고자 복직을 통해 문정부와의 약속도 지켰다. 노사는 경영정상화 시까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노조 무쟁의 확약 및 단체협약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전직원은 2019년말부터 20여개 항목 복리후생을 중단했고 임금 20%를 삭감, 매년 1200억 상당 인건비를 절감했다. 임원 수를 54% 감축하고 임원급여를 40% 줄이는 등 임원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여기에 최근 회생절차에 따른 자구안으로 2년간 무급휴직과 임원 급여 20% 추가 삭감 등 대책을 보탰다. 하지만 추가 대출여부를 두고 산업은행 반응은 회의적이다. 산업은행은 잠재적 인수후보자가 M&A에 적극성을 띨 것과 이를 위해 쌍용차의 인력 구조조정 등을 요구하는 듯 보인다. 이에 대해 노조는 무급휴직 2년으로 인건비가 약 5~6% 절감되는 효과가 있으며 2019년에 합의한 임금삭감과 복리후생 중단기간을 2023년 5월까지 2년간 연장하는 데다 향후 5년간 평균 150명 정도 정년 퇴직자 및 자연감소 인원에 대해 신규채용을 미실시함으로써 자연 감소율이 17% 정도에 이르러 인력구조조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인수자는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것보다 쌍용차가 새로 뛰어든 전기차 등 미래가치에 더 신경이 쓰일 것이다. 기업 자문이 특기인 투자은행은 여기에 솔루션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은행이 공공연하게 풍기는 부정적 뉘앙스는 채권자들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적어도 M&A를 앞두고 채권단 방향성에 대한 비밀유지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