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현지화’로 해외진출 청사진 제시

대도시 중심에서 순차적 공략 적중

2013-07-25     김형석 기자

[매일일보 김형석 기자] 오리온이 지난해 중국 진출 20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이는 오리온이 1993년 베이징사무소를 개소한 이후 꾸준히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외에 베트남·러시아 등의 해외진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고가의 제품과는 달리 식품의 해외진출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빈번히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오리온의 연매출 1조원은 주목할 만하다.오리온은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적극적인 현지화를 택했다.먼저 오리온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준비했다.오리온은 지난 1997년 베이징 인근에 첫 현지공장을 짓고 여기서 만든 제품은 베이징 부근 시장에서만 팔았다. 상하이에 두 번째 공장을 지은 뒤에도 상하이 주변에서만 시장을 확대했다.이후 오리온은 서구인 입맛에 익숙한 톈진·선양·다롄 등 대도시를 시작으로 하얼빈·창춘·시안 등 지방도시를 순차적으로 공략하는 방식을 활용해 탄탄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또한 오리온은 현지 마케팅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현지인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선발했다.그중 손꼽히는 인물은 징베이(靜北) 팀장이다.징 팀장은 초코파이 포장지에 정(情) 대신 인(仁)을 넣을 것을 제안했다. 중국에서는 남녀 간의 애정을 의미하는 정보다 중국인들이 가장 중시 여기는 가치인 인이 더 어울린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이에 현재 오리온 초코파이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 초코파이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그는 또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판다를 캐릭터로 내세운 ‘판다파이푸’ 파이를 출시해 연평균 매출이 40%씩 증가하는 효자 상품으로 키워냈다.오리온의 베트남 하노이 지역 영업책임자인 응우옌 반훙(Nguyen Van Hung) 팀장도 끈끈한 유대 관계를 중시하는 베트남의 국민성을 파고들며 시장 확대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그는 점주들에게 상품 진열 요령을 알려주고 청소까지 돕는 ‘밀착 경영’으로 최근 연평균 매출이 45%씩 성장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특히 초코파이는 2010년 현지 회사인 낀도사 제품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오리온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19.7% 감소한 930억원을 기록하는 상황 속에서도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제과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증가했다.또한 오리온은 2015년까지 중국·베트남·러시아 등에서 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3.6%, 31.1%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오리온은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진출로 탄탄한 성공가도를 준비하고 있다.제과업계 관계자는 “제과분야를 비롯한 식품분야의 해외진출은 현지 문화를 공략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장기간 현지 소비자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맛을 조절해야하는 어려움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 오리온의 성공은 놀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한편 베이징(OFC, OSC)·상하이(OFS)·광저우(OFG) 등 중국에 4개의 공장을 운영하는 오리온은 2014년 선양공장을 완공해 2015년까지 중국 연매출을 1조8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