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바꾼 삼성공화국 제4탄>
끝나지 않은 진실게임 주인공 김용철 변호사는 지금
‘폭풍의 눈’에서 빵집 주인으로…
폭로전 후 ‘학교에 남겠다’던 아들 꿈까지 ‘산산조각’
공교롭게 이학수 전 부회장 권력하에 있는 대학 다녀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삼성그룹에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5월 대법원으로부터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6년과 벌금 3천억원을 구형받은 것.
그간 삼성은 기술력, 실적 등에서 글로벌 시장의 리딩기업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인한 부담감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10여년간 지속적으로 불거져 온 갖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삼성에 대한 검찰조사는 수년간 제자리 걸음일 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2007년 10월, 삼성그룹에서 법무팀장을 지낸 바 있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 차명계좌에 들어있는 ‘50억원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면서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오는 14일 열리는 선고공판에서 이 전 회장에게 원심대로 무죄가 선고되면 삼성은 경영권 승계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이 전 회장의 신변은 물론 그룹 전체의 경영활동 역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하지만 관련 업계 관계자와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던지 삼성이라는 국내 최대 재벌기업을 상대로 이 같은 위업(?)을 달성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오가고 있다. 또 이러한 결과를 얻게 한 데는 삼성특검의 단초를 마련한 김용철 변호사의 공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가족에겐 미안한 마음 뿐”
“언론이 아직도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삼성 사건도 마무리돼 가는 것 같고, 나는 이제 변호사도 아니고 뭐도 아닌데 말이다.”
기자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김 변호사의 손은 계속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또 손님이 골라온 빵의 가격표를 확인하지 않고도 입으로 빵 이름과 가격을 읊조리면서 계산기에 척척 가격을 두드려 넣는 모습에서 능숙함이 배어났다. 손님들에게 더운 여름 날씨를 위해 준비한 사은품인 손부채를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밝은 미소로 손님들을 맞는 것은 기본이었다.그러나 기자가 슬그머니 삼성과 관련된 얘기를 꺼내자 밝았던 얼굴 표정은 이내 곧 어두워졌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반증하는 부분. 삼성비리를 폭로할 당시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걸고 벌이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는 김 변호사는 그 때의 말에 책임이라도 지듯이 자신의 운명에 큰 변화를 맞았다. 평생을 옆에 법전을 끼고, 법과 관련된 일에만 종사해왔지만 그는 현재 ‘변호사’의 업무를 보지 않고 있다. “변호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왜 그럴까.변호사 사무실 차렸지만 ‘검찰과 척 진 변호사’ 낙인에 사건수임 없어
“비리 공론화로 내 역할은 끝…이제 평범하게 살고 싶다” 뜻 내비쳐
“‘아버지’란 사람이 아들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가로 막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학수 전 부회장이 핵심 권력을 쥐고 있는데 어떤 강심장이 내 아들을 학교에 남아있게 하겠는가. 또 기업에 취업을 하려고 해도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힌 내가 아버지라는 걸 알면 어느 기업이 뽑아 줄까도 싶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겠지만 아직도 한국사회는 그렇다.”
“세간의 주목 부담스럽다”
이 같은 대화를 나누는 내내 김용철 변호사는 기자에게 거듭해서 돌아가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재차 만나게 될 경우, 기자와 취재원의 신분으로 만나지 말자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은 채 조용히 살고 싶다는 게 그의 변이다.“삼성그룹의 비리를 공론화시킨 것으로 나의 역할은 끝났다. 더 이상 내가 할 말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이제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