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코오롱・동국제강 지배주주 대출금, 재투자에 쓰일 듯

납세 이슈・지분 취득 동향 없어…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은 벤처투자 의향 밝혀

2021-07-05     이재영 기자
네이버와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주가 급등 후 주식담보대출을 연장 또는 신규 발행한 카카오, 코오롱, 동국제강 등의 총수들은 현금이 필요한 급처가 확인되지 않아 재투자 용도로 쓰일 듯 보인다. 시장에서는 고점 부담이 있지만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경영진 차원의 자신감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5일 재계 관계자는 “주식가치가 크게 오르면 소액주주들은 고점에 따른 주가하락 부담이 생기지만 지배주주들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소액주주들과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된다”며 “주식담보대출의 계좌평가액이 담보비율에 미달되면 반대매매가 발생해 심할 경우 경영권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지배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주가방어를 함으로써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 5월6일 주식담보대출 전후 거액을 사용한 특이점이 없다. 다만 김 의장은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으며 이를 위해 최근 사회공헌 재단을 출범시켰다. 김 의장은 주식 평가액 기준으로 10조원이 넘는 재산 중 절반 이상을 여생 동안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는데 주식을 대출 현금으로 전환해 활용하는 형식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의장이 대출한 즈음에 가족과 친인척들은 주식 담보로 공탁금을 설정했다. 김 의장이 나눠준 주식의 증여세를 납부할 용도다. 납부 세금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세무서에 담보를 제공한 뒤 5년간 나눠 낼 수 있다. 카카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부터 매분기 계단식으로 오르고 있으며 2분기에도 상승세를 탈 예정이라 담보 제공에 따른 위험부담도 덜한 편이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은 주식담보로 대출한 현금의 사용처가 많아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차량 공유 스타트업인 파파모빌리티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2018년 11월 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뒤 2년여만에 벤처투자에 나선 모습이다. 이 전 회장은 청년으로 돌아가 플랫폼 기업을 창업하겠다는 비전도 밝힌 바 있다. 실제 퇴임 이후 여러번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해외 법인 설립 등에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미래산업 분야 벤처기업에 재투자하며 직접 경영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코오롱 주가는 실적보다 코오롱생명과학 등 인보사 사태에 출렁인 면이 있다. 인보사 사태는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이 국제상업회의소 중재를 받아들여 일본 제약사 미래비시다나베 제약과 빚었던 분쟁을 마무리했다. 상장폐지 기로에 있는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을 재개할지 여부가 주가 변동성 이슈로 남아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주식담보대출은 개인투자 용도로 추정된다. 대출 전후 납세 이슈나 지분 취득 움직임이 없다. 동국제강은 최근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상향되는 등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담보 자산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코로나 반사이익을 입은 칼라강판 등을 위주로 지난해 철강산업 불황에도 흑자를 봤으며 매분기 영업이익이 우상향하고 있다. 역시 올 2분기에도 영업이익은 성장할 것이 관측된다. 이같은 안정적인 담보자산을 바탕으로 동생인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대표이사)도 최근 대출을 연장했다. 한편, 최근 시중 금리 상승 기조에도 기존과 동일한 이자율에 주식담보대출을 연장한 것 또한 담보로 제공한 주식자산가치 상승효과를 증명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지배주주는 주식담보대출보다 배당을 늘리는 경향이 있지만 자산가치가 불어 유리한 조건에 계약할 수 있게 되면서 대출 중단 요인이 사라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