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갑질 논란’, 노조와 학교 측 설전으로
‘피해자 코스프레’ 표현에 노조 “상처에 소금 뿌리기” 생활관 부관장 “마녀사냥 식으로 갑질프레임 씌워”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의 사망 사건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노조와 학교 측 인물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대 교내에서는 기숙사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타살이나 극단적인 선택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이에 관해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측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관 안전관리팀장이 평소 청소노동자들에게 갑질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안전관리 팀장이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 첫 개관연도 등을 묻는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점수를 공개하는 등으로 모욕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학생처장, SNS서 “피해자 코스프레” 논란
사건이 알려지고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은 개인 SNS 계정을 통해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게 역겹다”며 “언론에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소비되고 있는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글을 올렸다.
구 처장은 “눈에 뭐가 씌면 세상이 다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만 보인다지만,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며 “상황이 이러한데도 언론과 정치권과 노조의 눈치만 봐야 한다는 사실에 한 명의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모욕감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해당 글이 논란을 빚자 구 처장은 해당 글을 비공개로 전환한 뒤 설명을 덧붙여 다시 공개했다. 그는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고 쓴 부분에 대해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라며 “유족이나 다른 청소노동자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노조 “2차가해 소지” vs 생활관 “일방적인 주장”
노조는 해당 표현이 2차가해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노조는 “공격과 혐오에 기반한 가해적 표현”이라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람이 차에 치여 사망했는데 새로 산 자신의 외제차에 흠이 났다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정치를 거론했으나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다”며 “사과와 위안을 전하기는커녕 공감이 결여된 채 면피할 핑계를 찾고 있다”고 지탄했다. 또한 서울대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야 하며, 산재 전문가 등이 조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관해 생활관 기획시설부관장은 기숙사 홈페이지에 ‘최근 우리 생활관의 안타까운 사건에 대해’라는 제목의 공지글을 게시하며 반박하고 나섰다.
부관장은 “노조 측에서는 이 안타까운 사건을 악용해 몇몇 다른 위생원 선생님들과 유족을 부추겨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거나 직장 내 갑질이 있었다는 등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관련 기사들이 언론에 편파적으로 보도되며 우리 생활관은 물론 서울대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관리자를 마녀 사냥식으로 갑질 프레임을 씌우는 불미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관리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대학본부에서 인권센터 조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니 공식 발표 전까지 억측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대, 교내 인권센터에 갑질 여부 조사 의뢰
서울대 측은 오세정 총장 직권으로 교내 인권센터에 갑질 여부의 조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조사 대상인 안전관리팀장은 기존 업무에서 배제돼 다른 업무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업무는 코로나19 대응 업무이며 징계 여부는 인권센터 조사가 끝난 뒤 결정된다.
다만 서울대 관계자는 해당 조사가 인권센터 자체조사이며 노조에서 요구한 합동조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조에서 요구한 산재전문가 포함 여부도 진행 사항에 대해서도 “교내 징계규정의 ‘학내 기관을 포함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항으로 인해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징계 시의 예상 수위는 “지금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